국회의장 중동 순방단은 방역 당국의 기준에 따랐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당국은 의원들이라고 특별히 별도의 공간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기준은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창궐하는 시기에 국회의장을 포함한 의원들이 얽힌 이 같은 ‘특혜’ 논란은 이들이 과도한 ‘특권의식’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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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6박 9일간 중동 순방에 나섰던 박병석 의장 등 의원들은 귀국 후 그랜드 하얏트 인천 스위트룸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곧바로 귀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동 순방단은 박 의장 외에 더불어민주당 송갑석·김병주·김영배 의원, 국민의힘 이명수·김형동 의원, 무소속 이용호 의원 등이다. 박 의장의 부인 한명희씨를 비롯해 한민수 공보수석비서관, 김형길 외교특임대사, 곽현준 국제국장 등 총 32명이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 2개국 순방을 함께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인 송 의원은 상임위 일정상 지난 14일 먼저 귀국했다.
순방단은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에티하드항공 EY876편을 타고 지난 17일 오후 2시 30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공항 근처 호텔인 그랜드 하얏트 인천으로 이동했다. 한진그룹 계열사인 그랜드 하얏트 인천 이스트타워는 작년 6월부터 해외입국자 임시생활시설로 운영하고 있다.
임시생활시설은 코로나19 증상이 없고 짧은 기간 체류하는 외국인 입국자를 2주 동안 자가 격리하는 곳이다. 변이 바이러스 발생 국가(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영국)에서 귀국한 사람과 ‘격리 면제자’가 이 시설을 이용한다. 순방단은 ‘공무상 국외출장’으로 격리 면제자에 해당해 이곳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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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시설 관계자는 “의전 VIP로 모시는 대사들도 1층에서 검체 채취 후 귀가한다”며 “국회의원들은 30초가량 걸리는 검사 후에 곧바로 귀가하는데도 스위트룸을 요구해 1층에서 검체 하는 의료진이 해당 룸에 따라 올라가 검사를 진행해야 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만 특정 장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것은 해외입국자 방역관리 기준에 명문화돼 있지 않다. 중앙사고수습본부 해외입국관리담당 관계자는 “해외입국자 대상 코로나19 검사는 임시생활시설 내에서 진행하는 것으로만 규정돼 있을 뿐 특정 장소에서 진행할지 여부에 대해선 관련 기준과 지침은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방역관리 기준에 없지만, 의전상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셈이다. 해외입국자 검사비와 치료비는 물론 음성 결과 확인 시까지 해당 임시생활시설 객실에서 대기하는 비용은 모두 정부가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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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과 그의 부인 한씨를 비롯해 순방에 동행한 국회의원들은 검사 후 즉시 귀가했다. 나머지 일행은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임시생활시설에서 대기 후 음성판정을 받고 다음날 새벽 3시께 귀가했다. 이는 해외입국자 방역관리 체계 기준에 따른 것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해외입국관리담당 관계자는 “해외입국자 방역관리 체계 내부 기준으로 장·차관급의 정무직 공무원과 외교 공무원(A비자)은 격리면제자로 임시생활시설에서 검사 후 자택에서 대기할 수 있다”며 “장차관급 미만은 해당 사항이 없지만, 동일 차량을 이용하는 수행직원 등이라면 검사 후 함께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순방단 측은 코로나19 검사 장소 특혜 논란에 대해 ‘관례’라며 방역 기준에 어긋난 일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곽현준 국회사무처 국제국장은 “다른 순방을 진행했을 때도 의원들은 방에서 받았던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순방단 측에서 국회의원들만의 특별 의전을 위해 검사 장소를 스위트룸으로 요구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곽 국장은 “방역 당국 기준과 안내에 따른 것으로 순방단 측에서 먼저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해 “의원들이 먼저 요구했다”는 해당 시설 관계자의 발언과는 상반된 답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