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호주, 비슷한 금리인하 흐름…韓, 인하 압력 커지나?
유럽에서 시작된 ‘돈 풀기’ 경쟁에 호주까지 가세한 것은 여타 국가의 금리인하보다 우리나라에 주는 영향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호주는 금리수준이나 경제 여건, 자금 유출입동향 등이 우리와 비슷한 국가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당시 양국의 금리인하 양상은 비슷했다. 2012년 6월 호주가 3.75%에서 3.50%로 인하하자 우리나라도 7월 3.25%에서 3.00%로 내렸다. 같은 해 10월에는 호주와 우리나라가 동시에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해 3.25%와 2.75%로 결정했다. 2013년 5월에도 양 국이 모두 0.25%포인트 금리를 인하해 호주는 2.75%, 우리나라는 2.50%가 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타국의 행보가 한은 금리정책의 변수가 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미국이 현재 세계 돈줄을 죌 것인지, 말 것인지를 만지작거리고 또 금리인하 대열에서 기축통화는 빠져있기 때문에 전면적인 통화전쟁 양상으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금리인하 시기 이미 늦어, 전격적인 인하 필요”…한은 “작년 인하 효과, 시간 필요”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금리인하 시기가 이미 늦었다고 진단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각국이 양적완화를 통해 경기부양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금리정책을 펴지 않으면 자연히 반사효과로 자국통화 강세와 내수부진 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나라는 이미 인하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0.25%포인트 이상의 금리인하를 가장 빠른 시간에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도 “저유가를 감안하더라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에 머물러 있는 점은 문제”라며 “한은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조치(금리인하)를 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행은 여전히 조심스런 입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2일 “지난해 두 차례 단행한 금리 인하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현재 2.0%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허진호 한은 금융시장국장도 이날 “호주금리인하는 어느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라면서 “시장에서는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든 기준금리인하로 연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시장동향을 지켜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통화금융) 대책반 회의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달 원·달러환율은 호주 금리인하가 발표된 순간 1096.5원에서 1100.7원까지 4.2원 급등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 지표 악화 등이 반영되면서 전일 종가 대비 5.9원 떨어진 1097.40원에 마감했다.
호주달러는 미 달러에 대해 전일 대비 1.81% 하락한 0.7662달러에 거래되며 지난 2009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원·호주달러 환율 역시 841원선에 거래되며 전일 대비 17원 이상 떨어졌다.
국고3년물 금리도 0.05%포인트 하락한 1.935%를 보이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는 기준금리 보다 0.065%포인트 더 낮은 것으로 2013년 5월8일 0.20%(국고3년물 2.55%, 기준금리 2.75%) 역전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