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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회장은 “많은 경우 규정 중심의 시각이 더 강해서 획일적인 회계 기준의 적용을 강요했다”며 “경제적 실질을 보는 게 아니라 IFRS 기준서의 단어 하나를 가지고 법정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규정 중심 회계기준(K-GAAP)을 쓰던 우리나라는 해외 선진국 사례를 참조해 2011년부터 원칙 중심의 IFRS를 전면 도입했다. 원칙 중심의 IFRS는 당국이 큰 원칙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회계 처리는 기업에 맡기는 방식이다. 기업 내부의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기업 스스로 책임지고 투명한 회계를 추진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IFRS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학계에선 당국의 처벌 위주 감리가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회계학계·업계 모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봤음에도 당시 금융감독원이 ‘분식회계’라고 밀어붙인 점이 대표적 문제로 손꼽힌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당국의 처벌 중심 회계감리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삼바와 관련해 당국의 무리한 해석·적용으로 기업의 지속경영에 악영향을 줬고, 회계감리에 대한 신뢰도 훼손됐다”며 “삼바 무죄 판결은 감리 방향을 크게 바꿔야 한다는 중요한 신호”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감리 개편 방향에 대해 “당국은 경영자와 감사인 판단에 따라 작성된 재무제표와 그에 따른 회계감사를 더욱 존중해야 한다”며 “규제기관의 감리가 IFRS 원칙에 맞게 좀 더 유연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사후에 처벌 위주식 감리를 하기보다는 사전심사 성격으로 기업과 소통하는 ‘질의회신’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종만 등록회계법인협의회장(신한회계법인 대표이사)은 “당국이 사후 추가 정보로 재단한 경우 국제회계기준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국은 재무제표 작성 당시 사실과 상황을 종합했을 때 합리적 판단이었다면 기업의 판단과 선택을 존중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