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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15일(현지시간) 실시된 네덜란드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했던 극우정당인 자유당(PVV)는 반란을 일으키는데 실패했다. 대신 마르크 뤼테 총리가 이끄는 집권여당인 자유민주당(VVD)이 여전히 의회내 제1당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집권 자유민주당, 제1당 지킬듯
16일 현재 94%의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집권당인 VVD가 전체 150석 중 33석을 차지해 여전히 제1당을 지켰다.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됐던 극우 정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가 이끄는 자유당(PVV)은 20석을 차지해 2당이 됐지만 기독민주당(CDA)과 민주66당(D66)보다 단 1석을 더 차지하는데 그쳤다. 이밖에도 녹색좌파당(GL)과 사회당(SP)이 각각 14석을 차지하게 됐다.
이번 총선은 내달 23일과 오는 5월7일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및 결선 투표, 오는 9월24일 독일 총선을 앞두고 실시돼 유럽 극우 포퓰리즘의 확산 시험대로 여겨져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투표율도 30년 만에 가장 높은 81%를 차지해 네덜란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았음을 입증했다.
그러나 지난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유럽에서 확산 흐름을 보였던 극우 포퓰리즘은 이번 네덜란드 총선에서는 예상과 달리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네덜란드 총선 표결방식이 미국 대선이나 브렉시트 국민투표와는 달라 오히려 4~5월 열리는 프랑스 대선이 제대로 된 극우포퓰리즘 확신의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포퓰리즘 공약에 반발한 유권자
PVV는 선거 초반에는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하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으나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를 폐쇄하고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금지하며 난민에게 네덜란드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주장하는 등 과격한 공약을 내세운 것이 유권자의 반발을 산 것으로 분석된다. 선거 막판에 불거진 이슬람국가 터키와의 외교분쟁도 결국 강경 일변도 대응을 요구한 빌더르스의 PVV보다 뤼테 총리의 VVD나 차분한 대응을 주문한 CDA, D66, GL이 유권자의 표심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총선에서 극우열풍이 미풍에 그칠 것으로 증명되자 금융시장은 잠잠한 모습을 보였다. 유로화는 유로당 1.0728달러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이는 전날 저녁의 1.0746달러에 소폭 하락한 수준으로 지난 2월7일 이후 최고치다. 10년 만기 프랑스 국채수익률(금리)도 1.04%로 0.05%포인트 하락했다. 아시아 증시도 평화로운 모습을 보였다. 중국 상해증시는 0.8% 상승했으며 일본 증시는 전날과 비슷한 수준으로 마감했다. 당초 네덜란드 총선에서 우파 정당 승리 시나리오가 나왔지만 집권 자유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것으로 관측돼 시장 우려를 해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대선이 `진짜 시험대`
이번 총선은 프랑스에서 치러지는 4~5월 대선과 오는 9월 독일 총선을 앞둔 가운데 앞유럽의 극우 포퓰리즘의 시험대로 여겨졌다.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극우의 부상을 막은 네덜란드에 축하를 보낸다”며 “더 강한 유럽을 만들기 위해 기꺼이 일하겠다”고 안도감을 나타냈다. 독일 외무부도 “대다수의 네덜란드 유권자들이 안티 유럽 정책을 거부했다”며 “그것은 좋은 소식이며 우리는 강한 유럽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 포퓰리즘 정당의 득표율이 예상보다 적게 나왔지만 이를 최근 유럽에서의 극우 포퓰리즘의 확산 중단으로 결론짓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디언은 4~5월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은 승자가 독식하는 구조이며 대통령을 선출한다는 점에서 극우 포퓰리즘의 위세를 가늠할 리트머스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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