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고금리·경기부진…몸집 키우는 부실채권 시장

안혜신 기자I 2025.01.22 18:23:29

최근 2년 사이 고금리 기조에 급격히 늘어난 부실채권
올해 저축은행 중심 부실채권 쏟아져나올 전망
NPL 전업사들도 신용등급 상향 등 호황 이어가

[이데일리 마켓in 안혜신 기자] “올해 부동산 관련 부실채권(NPL)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투자 기회를 보고 있습니다.”

최근 한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작년보다 올해 NPL 시장에서 투자 기회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에 이연된 부실이 올해 여전한 고금리 기조를 견디지 못하고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따라 올해도 NPL 시장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전망이다. NPL이란 일반적으로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채권을 말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정부의 유동성 공급과 여신 건전성 분류 유예 조치 영향으로 은행 자산 건전성 지표가 좋았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종료된 이후부터다. 특히 지난 2023년부터 고금리 환경이 도래하고 코로나로 도입된 각종 지원 정책이 끝나면서 부실채권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국내은행 부실채권 잔액은 14조5000억원으로 2023년 12조5000억원 대비 늘어났다. 매각규모 역시 2022년 1조7000억원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2023년 4조7000억원, 작년 3분기 기준 5조3000억원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NPL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금리다. 수 년간 이어진 고금리 상황 속 이를 버티지 못한 부실채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작년 말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됐지만, 예상보다 금리 인하 속도가 느리게 진행되면서 고금리가 이어지고 있는 영향이다. 코로나19 영향이 컸던 지난 2020년만해도 1%대였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작년 3%대까지 올라섰고, 올해 소폭 내려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2% 중후반 수준을 기록 중이다.

(자료: NICE신용평가)
올해는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진이 남아있는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NPL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저축은행은 자체적으로 NPL 투자사를 세워서 NPL 비중을 낮추겠다는 계획이지만 자금 조달 등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호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저축은행에 대해 “금리 하락에도 전반적인 경기 부진으로 부실위험이 높다”면서 “영업기반 약화, 위험 익스포저에 대한 부실위험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NPL 시장이 커지자 NPL 전업사들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NPL 전업사는 일반적으로 금융사에서 부동산 관련 부실 대출과 부실 지급 보증액 등을 싸게 사서 구조조정을 한 뒤 되팔아서 이익을 올린다. 작년 연말에는 하나에프앤아이(F&I), 우리금융F&I 등의 신용등급이 줄상향되기도 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NPL 시장 규모는 커질 전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작년에도 NPL 시장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만 오히려 조정을 많이 받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정부에서 대출 만기 연장 등 지원에 나선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NPL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미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최근 2년간 고금리와 경기부진, 부동산경기 하락 등으로 기업여신 부실화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NPL 매각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당분간 시장 규모도 확대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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