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에 따른 탄핵정국 혼란 불똥이 주류업계에도 튀는 모양새다. 어수선한 시국 여파로 송년회 등이 잇달아 취소되면서 연말 특수가 사라질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시대변화로 술 소비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11일 국내 대형마트 B사에 따르면, 계엄 사태 직후 7일간(12월4일~10일)의 소주와 맥주 판매량이 전주(11월27일~12월3일)와 비교해 소주는 8%, 맥주는 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8일이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이었던 것을 고려해도 감소 폭이 컸다는 설명이다.
최근 주류업계는 연말 대목 분위기가 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주류회사 관계자는 “연말인데도 분위기가 안 좋아 기존에 도매상에 나간 물량이 재고로 쌓이고 있다”며 “때문에 신규 판매가 늘어나기는 어려울 거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술 소비 자체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라 타격이 더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최근 국내 술 소비는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국세통계포털을 보면, 국내 소주 출고량은 2019년 91만 5596㎘를 기록한 후 2023년 84만 4250㎘로 5년 연속 하락세다. 국내 맥주 출고량도 지난해 168만 7101㎘로 4년새 1.7% 줄었다. 저출산 고령화 영향으로 내수시장 규모 자체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이후 회식 문화가 축소됐고,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술을 멀리하는 소버(Sober, 술에 취하지 않는) 문화가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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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감소한 수요를 벌충하기 위해 마케팅 활동을 강화할수록 판관비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롯데칠성의 경우(연결·누적기준) 전년동기 대비 판매관리비 증가율이 2021년(6.5%), 2022년(7.1%), 2023년(10.8%), 올해 9월(24.7%)로 계속 가팔라지고 있다. 하이트진로(000080) 역시 올해 9월(-2.5%)을 빼면 2022년(16.0%), 2023년(13.5%)을 거치며 판관비가 증가하고 있다.
주류업계는 중장기적으로 해외에서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국내 대표 주류인 소주는 수출이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소주 전체 수출액은 1억141만달러(1452억원)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8.6% 증가했는데 소주 수출액이 1억 달러를 넘어선 건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올해도 1~10월까지 소주 수출액은 8460만달러(1211억원)로 같은기간 4%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