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성향 분포상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이 2014년에서 2018년 사이에 현실정치와 온라인의 여론형성 활동에 적극 참여한 것이 여론 양극화에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7일 임원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이창근 연세대 교수·정세은 인하대 교수·최동욱 상명대 교수가 공동으로 진행한 ‘한국의 여론양극화 양상과 기제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
보고서에 따르면 여론양극화 기제 중 정보 편중 현상에 초점을 맞춰 인터넷 미디어(SNS·인터넷 뉴스매체)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인터넷 미디어가 사용하는 표현은 편향성이 높고, 이용자의 이념 성향에 영향을 끼쳤다. 인터넷 매체의 표현이 가지는 편향성을 분석한 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경우 국회의원보다도 편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미디어 패널 자료(2012~2016년)를 분석한 결과, SNS에 노출된 이용자는 그렇지 않은 이용자에 비해 더 진보적인 방향으로, 인터넷 뉴스매체에 노출된 이용자는 더 보수적인 방향으로 이념 성향이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뉴스를 선호하지 않는 집단이 뉴스를 선호하는 집단에 비해 이념 성향 변화의 정도가 더 컸다.
보고서는 매체가 편향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같은 이념성향을 가진 이용자가 동일 매체를 선별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집단화될수록 여론양극화가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2018년 12월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및 실험연구 결과에서도 이념 성향이나 의견의 격차에 따른 여론양극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응답자 스스로 평가한 자신의 이념 성향에서 ‘중도(5점)’는 45%에 달했고, 양극단인 ‘매우 진보(0점)’와 ‘매우 보수(10점)’는 각각 3%도 되지 않았다. 통일·외교·안보, 조세·재정·복지, 경쟁·규제, 차별 철폐 등과 관련된 25개의 정책 문항에 대한 개별 응답자의 응답 평균을 기준으로 할 때, 응답자의 3분의 2가 ‘다소 진보(4점)’와 ‘다소 보수(6점)’ 사이에 분포했다.
보고서는 “정치 성향의 결정요인을 살펴보면 불평등에 대한 기피 성향이 높을수록 진보 성향을 보이고, 경쟁을 선호할수록 보수 성향을 보인다”면서 “인구통계 특성별로는 남성은 여성보다, 고령층은 저연령층보다 자신의 보수성을 과대 추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여론양극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한 집단양극화가 심화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의견 분포상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과 매체의 의견이 과대평가되지 않도록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치인이 극단적 지지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에서 벗어나 전체 유권자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대변할 수 있도록 선거와 정치자금 모금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정당 국고보조금을 배분할 때 일정 부분을 소액 다수 기부금 총액과 매칭함으로써, 정당이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제언했다.
보고서는 “집단 양극화와 여론 양극화를 부추기는 허위정보에 대응하고 정보 편중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미디어 대책을 마련할 것”을 제안하면서 “무분별한 정보 전파의 부작용과 위험성에 대한 시민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