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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중 구멍' 보잉 못미더워…에미레이트항공 CEO "직접 점검"

이소현 기자I 2024.02.05 16:39:36

항공기 제조 직접 감독…자사 엔지니어 첫 파견
작년 '520억달러' 보잉777 등 95대 주문 '큰손'
"보잉, 재무 성과 대신 안전 문화 중시해야"
제조공정 검토 주문…"마지막 기회" 쓴소리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미국 최대 항공기 제조회사 보잉이 ‘비행 중 구멍’ 사고로 안전 논란에 휩싸이자 보잉의 최대 고객사인 중동 최대 항공사 에미레이트항공의 최고경영자(CEO)가 신형 항공기 제조 과정을 직접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팀 클라크 에미레이트항공 사잔(사진=AFP)


팀 클라크 에미레이트항공 사장은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보잉의 제조 실력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며 “생산 설비를 직접 감독하기 위해 처음으로 자체적으로 엔지니어를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잉의 최대 고객사인 에미레이트항공은 지난해 11월 장거리 운항에 사용되는 광동체(와이드바디) 보잉 777 및 787 제트기 95대를 520억달러(약 69조원)에 주문했다.

최근 보잉은 알래스카항공의 보잉 737맥스9 항공기가 비행 중 ‘도어플러그’(비상구 덮개)가 뜯겨 나가는 사고로 안전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미 연방항공청(FAA)은 운항 중단 명령을 내렸으며, 보잉의 제조 및 품질 보증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나섰다.

이러한 안전 논란에 에미레이트항공은 보잉을 비롯해 보잉 공급사인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즈에 이번에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자사 엔지니어를 직접 파견해 주문한 보잉777 생산 공정을 살펴보겠다는 계획이다.

클라크 사장은 “예전 같으면 이런 일(감독)이 허용되지 않았을 텐데,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보잉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잉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안전 문화를 장착해 한 치의 오차도 없도록 제조 공정을 자세히 검토해야 한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했다.

클라크 사장은 1980년대부터 에미레이트항공에서 고위 임원을 역임한 뒤 2003년에 에미레이트항공사 대표를 맡아 항공업계에서 거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간 정기적으로 제조업체의 납품 지연이나 신뢰성 저하를 비판해 왔지만, 이번엔 보잉에 대한 비판 수위가 가장 신랄한 발언이라고 FT는 설명했다.

클라스 사장은 보잉의 안전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 “엔지니어링 우수성보다 재무 성과를 우선시하는 등 장기적인 경영 및 거버넌스 전략에서 실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보잉 경영진은 재무 성과에 대한 우려를 제쳐놓고 제조 과정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잉은 항공기를 어디에서 어떻게 항공기를 생산하는지를 모두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이게 바로 좋은 경영 및 거버넌스로 모두의 우선순위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자 수익률을 얼마인지, 수익은 얼마인지, 잉여 현금 흐름은 얼마인지, 주주 가치는 얼마인지에 신경 쓸 게 아니라 처음부터 제대로 된 생산을 하면 (이러한 것들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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