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뮤지컬배우 정선아(38)는 현재 출연 중인 뮤지컬 ‘이프덴’에 등장하는 욕설 대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극 중 리즈(엘리자베스)가 예상치 못한 임신 이후 인생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자 외치는 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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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아는 “저도 리즈처럼 임신 이후 체중이 22㎏이나 늘어나면서 자존감이 많이 무너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가끔은 나도 모르게 아기에게 ‘너 때문이야’라고 미워하다가도 태교를 위해 나쁜 생각을 버리려고 했다”며 “결혼과 출산의 경험과 딱 맞아떨어지는 작품이라 ‘이프덴’을 놓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프덴’은 일과 결혼, 임신 등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39세 뉴요커 엘리자베스가 자신의 선택에 따라 ‘리즈’와 ‘베스’라는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는 내용의 뮤지컬이다. 정선아가 일상적인 드라마를 지닌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 정선아는 뮤지컬 ‘위키드’의 착한 마녀 글린다, 뮤지컬 ‘아이다’의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화려한 캐릭터를 주로 맡았었다.
정선아가 도전을 결심한 건 결혼과 출산 이후 생긴 용기 때문이다. 그는 “일상적이고 드라마가 강한 인물을 예전부터 연기해보고 싶었지만 두려움이 더 컸다”며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그동안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보자는 용기가 생겼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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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이후 10년 동안은 배우로서 욕심을 부리며 공허함을 느끼고 슬럼프에 빠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감사한 마음을 배우며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지금까지 왔다. 정선아는 “앞으로는 얇고 길게, 그러면서도 관객 사랑을 받으면서 동료 배우들과 행복하게 일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제 인생 1막이 19세 때 ‘혜성같이 등장한 고등학생 배우’였다면, 제 인생 2막은 결혼하고 아기 엄마가 된 지금”이라며 “인생 2막을 뮤지컬 ‘이프덴’과 함께 해 첫 단추를 잘 끼운 것 같다”며 웃었다.
데뷔 이후 뮤지컬만 고집한 것에서는 무대에 대한 정선아의 남다른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정선아는 “드라마나 영화를 안 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지금도 저는 관객과 무대에서 라이브로 만나는 것이 더 좋다”며 “기회가 된다면 연극도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프덴’은 토니상 수상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의 작가 브라이언 요키, 작곡가 톰 킷이 2013년 발표한 작품으로 이번이 국내 초연이다. 정선아와 함께 배우 박혜나, 유리아가 엘리자베스 역에 캐스팅됐다. 공연은 오는 2월 26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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