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한 덮밥집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30대 A씨는 모바일 QR 체크인 시스템이 먹통이 되자 울며 겨자 먹기로 손님을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과태료가 무서웠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겨우 두 테이블만 받을 수 있었다. 이들에게서 과거 질병관리청에서 받은 접종 완료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 후였다. A씨는 “방역패스 때문에 오늘 장사는 다했다”며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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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부터 방역패스가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 적용됐지만 백신 접종자임을 증명하는 스마트폰 QR코드 전자출입명부 시스템 먹통으로 곳곳에서 극심한 혼란이 이어졌다. 고객들은 작동하지 않는 QR 코드를 띄우기 위해 줄을 선 채 애를 먹었으며, 점주들은 손님을 돌려보내거나 방역 수칙 위반 과태료를 감수하는 위험을 무릅써야 했다. 정부가 여러 상황을 사전에 고려하지 않고, 대책 없이 졸속 정책을 내놨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박모(40)씨는 “오늘처럼 또 QR코드가 잘못되면 우리는 손 놓고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다”며 “방역패스를 하더라도 바쁠 때는 일일이 체크하는 것이 힘들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서울 강남구 고속터미널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씨도 “모바일 체크인이 먹통이다 보니 손님이 줄을 길게 늘어서 매장이 한동안 아수라장이 됐다”면서 “체크인이 안 된다고 장사를 포기할 상황이 아니라 접종 증명을 안 한 손님이 앉아서 커피를 마셔도 상관하지 않았다. 우리 잘못도 아니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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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패스 정책이 무색하게 수칙을 위반한 사례가 속출했다. 정모(45)씨는 “점심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네이버 앱 QR코드로 인증했고 직원이 요구해 쿠브로 2차 접종 증명서를 제시했는데 버벅이더라”라며 “결국 그냥 수기로 쓰고 커피를 마셨다”고 말했다. 주소와 연락처를 쓰는 수기명부는 이날부터 금지다. 직장인 김모(28)씨 역시 “점심시간을 QR코드 인증하는데 거의 다 써버려 급하게 밥을 먹다 체했다”며 “앞으로 또 이런 일이 발생할까 봐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자영업자와 손님 간 실랑이도 발생했다. 서대문구의 한 개인 카페에서 직원이 백신접종 증명서를 제시해달라고 하자, 손님은 “비접종자 1명은 가능하다”며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에 이 카페 직원은 “드시고 가는 손님 전원이 백신접종을 증명하도록 하는 것을 매장 원칙으로 정했다”며 손님을 돌려보내기도 했다. 필수 이용시설로 분류된 식당과 카페는 미접종자 1명까지는 예외로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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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패스 적용 첫날부터 삐걱거리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보이콧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한국자영업자협의회는 “방역패스는 행정 편의적인, 책임 떠넘기기에 불과하다”며 “자영업자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방역패스를 재검토하라”고 지적했다.
전국자영업자비대위(비대위)도 “인원이 적은 소상공인 매장의 형편상, 식당에서 조리를 하다가 출입구로 나와서 백신패스를 확인하는데 대기시간도 길어지면서 장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며 “백신 접종자를 자영업자들이 가려내야 하는데 가려낼 수 있는 인력도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다”고 목소리 높였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과 함께하는사교육연합,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등 67개 시민단체 연합도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신 부작용 문제가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것은 생명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라며 “방역패스를 당장 철회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외쳤다.
한편 관련 업계에서는 백신 접종 정보를 불러오려는 트래픽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갑작스러운 접속 부하로 원활하게 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며 “사용 정상화를 위한 관련 기관 간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