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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우리나라 기간산업의 혈관이라 할 수 있는 전국 송유관 및 저유소를 관리·운영하고 있는 대한송유관공사 본사 및 판교저유소를 직접 찾았다. 국가 핵심 인프라 시설인만큼 그동안 언론 등 외부에 노출된 적 없었지만, 국민 안전 및 환경오염을 위협하는 도유 근절 의지를 보이고자 이날 프레스투어가 진행됐다.
◇국내 유류소비량의 58% 수송…“80%까지 끌어올린다”
대한송유관공사는 온산(S-OIL(010950)), 울산(SK에너지), 여수(GS칼텍스), 대산(현대오일뱅크) 등 전국에 흩어져있는 국내 정유 4사 정유공장에서 생산된 석유제품을 총 연장 1180㎞에 달하는 송유관으로 수송하고 있다. 연간 운송되는 휘발유, 등유, 경유, 항공유 등 경질유만 총 1억7000만배럴 규모로, 국내 유류소비량의 약 58%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석유제품 저장소인 저유소를 전국 총 6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판교를 비롯해 고양, 천안, 대전, 광주, 대구 등 전국에 걸쳐 총 6곳에 위치해있다. 6개 저유소의 저장능력은 404만배럴로, 송유관 내 흐르고 있는 석유제품(110만배럴)까지 포함하면 총 514만배럴을 저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방문한 판교저유소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내 석유제품 공급을 책임지는 곳인만큼 규모부터 남달랐다. 40개의 저장탱크와 이를 잇는 송유관의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보니 마치 회로기판과 같이 복잡하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총 저장능력은 215만7000배럴, 하루 출하능력은 49만5000배럴에 이른다. 한국의 1인당 하루 석유소비량 평균 19.1배럴(2015년 기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일 26만명이 사용할 석유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저장된 석유제품을 탱크로리에 싣는 출하대는 역시 아시아 최대 수준의 규모다. 일렬로 길게 늘어선 83개의 출하대로는 각 정유사별 탱크로리가 진입해 예약된 유종을 적재하고 있었다. 때마침 현장을 찾았을 때에는 SK에너지 탱크로리가 저황경유 2만4000리터를 싣고 있었다. 자동으로 적재량에 맞춰 주입이 이뤄지는 등 흡사 주유소의 모습이 연상됐다.
향후 송유관의 활용도는 점차 높아질 전망이다. 송유관 외 다른 석유제품 운송 수단인 유조차와 유조선은 기상조건의 제약과 사고시 환경오염이나 인명피해 등의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유조선은 제주, 강원, 군산, 목포 등 송유관이 깔리지 않은 해안에, 유조차는 소비처에 직접 운송하는 2차 수송에 집중되고 있다”며 “송유관 사업 경쟁력이 날로 높아지고 있어 송유관 운송 비중은 현재 58%에서 80%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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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간산업의 근간이자 석유제품이 갖는 폭발 및 환경오염 위험성에 따라 대한송유관공사는 안전관리(SHE)와 도유방지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본사 1층 중앙통제실을 둘러보던 중 갑자기 ‘삑’하는 경보음이 울렸다. LDS(누유감지시스템)이 작동한 것. LDS는 배광 내 압력 변화를 감지해 누유 지점을 찾아내는 시스템으로, 실시간으로 배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전후 사정을 고려해 만약 누유 또는 도유 징후라고 판단될 경우 즉각 도유전담조직(PS팀) 등 현장팀이 출동한다.
또 이곳 중앙통제실에는 SCADA(감시 제어 데이터 수집시스템)을 통해 전국 송유관망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원격 감시하고 있었다. 현재 운송 여부와 함께 송유관 및 6개 저유소, 12개 펌프장의 압력 등을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대한송유관공사는 배관건전성 관리를 위해 2015년부터 순차적으로 In-Line Inspection(배관내부 촬영검사)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배관 내 Pig를 주입해 배관 손상 여부 및 도유 시설 설치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2023년까지 전국 모든 배관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다.
중앙통제실의 측면에는 도유 근절을 위해 추진 중인 d-폴리스(POLIS)의 파일롯 테스트가 진행 중에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LDS를 좀 더 업그레이드한 기술로, 현재 송유관의 80% 정도에 적용이 됐다”며 “올해 8월까지 전 구간 구축을 완료하고 2020년까지 도유 완전 근절에 힘을 보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