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과 서울대병원 공동 연구팀은 COPD(COPD,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진단을 받은 환자 5,671명을 8~9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진단 후 2년 이상 금연을 지속한 환자에서 우울증 발생 위험이 34% 감소함을 확인했다. 특히 중증 COPD 환자에서는 금연 효과가 더욱 뚜렷했으며, 금연 초기 2년 이내에는 우울증 위험 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꾸준한 금연 유지가 중요함을 시사한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서울대병원 공동 연구팀 (공동 교신저자: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신현영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 / 제1저자:서울의대 본과4학년 두장호 학생, 의과학과 유지원 연구원)은 최근 국제학술지를 통해 새롭게 COPD 진단을 받은 환자에서 금연 기간과 우울증 위험도와의 관계를 분석 보고하였다.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자료를 활용해 2003년부터 2014년 사이 새롭게 COPD를 진단받은 성인 5,671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전체 참여자를 평균 8~9년에 걸쳐 추적 관찰했으며, 이 기간 동안 총 603명에게서 우울증이 새롭게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우울증 발생은 병원 기록을 통해 우울에 해당하는 진단 상병(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ICD-10, 상병코드 F32~F33)과 항우울제 처방이 동시에 이루어진 경우를 신규 우울증으로 정의했다.
연구팀은 대상자들을 COPD 진단 전후 흡연 패턴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누었다. 계속 흡연군 (진단 전후 지속적으로 흡연), 단기 금연군 (진단 후 금연 기간 2년 미만), 장기 금연군 (진단 후 2년 이상 금연 유지), 비흡연군으로 구분해 비교했다.
그 결과, 진단 후 2년 이상 금연을 지속한 장기 금연군은 계속 흡연군보다 우울증이 새로 발생할 위험이 34% 감소하여 뚜렷하게 낮은 것이 관찰되었다 (aHR 0.66; 95% CI 0.45-0.97). 장기 금연군은 579명 중 35명에게서 우울증이 발생한 반면 (1,000명당 8.4명, 1,000 person per year), 계속 흡연군은 1,138명 중 114명에게서 우울증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1,000명당 12.0명).
주목할 부분은 이런 유의한 차이가 오직 2년 이상 금연을 지속한 장기 금연군에서만 나타났다는 점이다. 금연 기간이 2년이 채 되지 않은 단기 금연군은 물론, 애초에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비흡연군조차 계속 흡연군과 비교해 우울증 위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만약 우울증 위험 차이가 단순히 흡연자와 비흡연자라는 타고난 특성이나 생활습관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비흡연군에서도 뚜렷한 우울 위험 감소가 나타났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이는 이번 연구 결과가 ‘충분히 오래 금연을 지속하는 행위’ 자체와 관련된 효과일 가능성을 뒷받침하며, 단순한 금연 시도만으로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최소 2년 이상 꾸준히 유지해야 정신건강 측면의 이점이 확인된다는 점에서 연구 결과의 신뢰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금연의 정신적 보호 효과는 중증 COPD 환자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중증 COPD 환자 중에서는 장기 금연군의 우울증 발생 위험이 계속 흡연군보다 약 60%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aHR 0.40; 95% CI 0.20-0.82). 특히 이 효과는 여러 하위그룹 분석에서 각각 남성, 65세 미만, 동반질환이 적은 경우, 소득수준이 높은 경우, 비만하지 않은 경우(체질량지수 25kg/㎡ 미만)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관찰됐다.
연구팀은 담배 속 니코틴이 뇌의 도파민,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교란하고 스트레스 호르몬 체계를 자극해 기분을 불안정하게 하므로, 오랜 기간 금연을 유지하면 이런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회복되고 몸속 염증도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금연 초기 2년 이내에는 금단 증상을 겪는 시기인만큼, 뇌와 신체가 회복되는 데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COPD 환자의 금연 상담 시 정신건강 관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임상적 근거가 될 수 있어, 향후 관리 정책에서 금연 지원과 정신건강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향을 검토하는 데에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 박상민 교수는 “COPD 진단은 환자에게 생활 습관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이번 연구는 단순히 금연을 시도하는 것을 넘어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긍정적 의미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으며,
서울성모병원 신현영 교수는 “특히 중증 COPD 환자에서 금연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 점으로 비추어, COPD 환자 치료에서 금연 상담과 동시에 정신건강 케어를 병행하는 것에 의학적 근거로 본 연구가 활용되길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최근 국제학술지 Respiratory Medicine에 최근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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