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모른채 진행된 재판' 파기환송…피고인 상소권 보장

성주원 기자I 2025.03.04 12:00:00

보이스피싱 조직원, 재판사실 모른 채 유죄 확정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석 못한 경우 파기사유"
상고권 회복 인정…파기 통해 적법절차원칙 확인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수거책으로 활동한 혐의로 기소된 A씨가 자신이 기소된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재판이 진행돼 유죄가 확정된 후 이를 알게 되어 상소권 회복을 신청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석하지 못했다”며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사기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깨고 인천지방법원에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1심 및 원심판결은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서 원심판결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재심 규정)을 유추 적용한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다”며 “이는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호에서 정한 상고이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의 제안을 받고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수거해 전달하는 현금수거책 역할을 담당하기로 함으로써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구체적으로는 2021년 5월 납입증명서를 위조하고, 위조 사문서를 행사해 피해자 B씨로부터 1535만원을 교부받았으며, 또 다른 피해자 C씨로부터 1800만원을 교부받으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2022년 11월 21일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공소장 부본과 소환장 등을 송달하고, A씨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한 후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사회적 폐해와 A씨가 체포 후에도 재범한 점 등을 고려했으나, A씨의 나이가 어리고 초범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검사는 형량이 가볍다며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2심은 2024년 9월 13일 역시 공시송달 방법으로 소환장 등을 송달하고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한 후 “1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공소장 부본과 소환장 등을 송달받지 못해 1심 판결이 선고되고 이후 검사의 항소가 기각된 사실도 알지 못하다가, 나중에 원심판결 선고 사실을 알게 되자 2024년 10월 8일 상소권 회복청구를 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상고기간 내에 상고하지 못한 것은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해 2024년 10월 28일 상소권 회복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상태에서 이뤄진 원심판결에는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호에서 정한 상고이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이번 판결은 피고인의 기본권과 적법절차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한 경우라도,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또한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하지 않고 상소권 회복에 의한 상고를 제기해 이를 상고이유로 주장한다면, 이는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하므로 원심판결에 대한 파기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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