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다른 장소서 비슷한 행사
디펜스엑스포를 중심으로 한 DX KOREA 조직위원회는 13일 “방산전시회 주최 관련 논란과 혼선에 대해 매우 죄송하고 송구한 심정”이라면서도 “올해 제6회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 2024)은 9월 25일부터 28일까지 킨텍스에서 국제인증전시회로 정상 개최된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10년간 전시회를 함께 진행했던 육군협회와는 지난 1월 초 대승적 차원에서 함께 협력해 방산전시회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자고 제의한바 있지만, 아직까지 공식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킨텍스에서의 전시회 공동주최를 포함해 건설적인 협의는 언제든 환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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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K-방산 위상에 수익 배분 갈등
사실 육군협회와 디펜스엑스포 간 갈등은 DX KOREA 개최 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방위산업전 개최·운영을 위한 영리법인으로 출발한 디펜스엑스포는 항공우주전시회인 아덱스(ADEX)·해양방위산업전인 마덱스(MADEX)와 차별화 하기 위한 지상무기 중심의 방산전시회 개최를 추진했다. 하지만 국방부 등 군 당국의 후원을 얻기 위해선 비영리단체여야 하기 때문에 육군협회와 손을 잡고 2014년 제1회 DX KOREA를 개최했다.
그러나 갈수록 행사가 확대되고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도 고조되면서 이른바 ‘파이’가 커졌다. 입장료와 부스 임대료 등의 수익 배분을 두고 갈등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2022년 제5회 행사 때부터 양측 간 불협화음이 본격화 됐고, 디펜스엑스포가 단독으로 ‘DX KOREA’에 대한 상표권을 등록하면서 소송으로 비화했다.
이에 육군협회 측은 메쎄이상을 새롭게 주관사로 선정하고 ‘DX KOREA’라는 행사명을 사용하지 못하게 돼 KADEX(Korea Army International Defense Industry Exhibition)라는 이름으로 지상무기전시회를 개최키로 한 것이다.
육군협회는 당초 올해 KADEX를 9월 25~29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디펜스엑스포가 행사 날짜를 기존 9월 4~7일에서 25~28일로 변경해 킨텍스에 먼저 예약을 하면서 새로운 장소를 물색해야 했다. 육·해·공군 3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 활주로로 최근 결정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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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이 각각 같은 기간 비슷한 행사를 개최하면서 전시 부스를 꾸려야 하는 방산업체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양측으로부터 참가 독촉을 받고 있어서다. 게다가 선호하는 부스 자리 선점과 임대료 할인을 위해 주요 방산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들이 지난 행사 직후 DX KOREA 조직위원회 측에 미리 선금을 내놓은 상태다.
만약 정부 ‘등쌀’에 못이겨 KADEX 행사에 참가할 경우 이 돈은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DX KOREA는 정부와 군의 후원 승인을 받지 못해 육군 장비와 병력 등의 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DX KOREA를 선택한 업체들은 지상무기 없는 지상무기전시회에 참가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이미 DX KOREA 측과는 50여개 업체가, KADEX 측과도 20여개 업체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9~10월에는 굵직한 해외 방산전시회가 잇따라 열린다. 이 때문에 국내 방산전시회의 혼선이 정리되지 않을 경우 아예 참가를 포기하는 업체도 발생할 수 있다. DX KOREA와 KADEX 행사 시기에 K-방산의 주요 마케팅 지역인 폴란드(9월 3~6일)·호주(9월 11~13일)·필리핀(9월 25~27일)·미국(10월 7~9일) 등에서 대규모 방산전시회가 열린다.
양측 다 역대 최대 규모 해외 고위인사 및 바이어 초청을 내걸고 있어 국제적인 망신도 불가피하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해외 바이어들이 어디 행사에 가서 상담을 해야 하느냐고 업체들에 문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하루 빨리 분란이 종식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예비역 출신 업체 관계자는 “양측이 다 예비역 육군 장성이 주도하고 있는데, 이들 밥그릇 싸움에 전시회 주인인 방산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국방부 장관 등이 나서 갈등을 중재하고 하루 빨리 행사가 정상 개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