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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러시아서 군사기술 확보하면 남한 공격 수행 가능성 커”
그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함으로써 러시아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내야한다고 주장했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군사기술 이전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지렛대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인 무기를 제공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선택에 달려 있지만 이제 결의를 보여줄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우리 정부는 북한의 러시아 침략전쟁 가담을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 특수전 부대 1500명은 러시아 군부대에 주둔 중이며 조만간 전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북한은 특수부대 등 4개 여단 총 1만2000명 규모 병력의 추가 파병도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북한의 지상군 파병이 향후 남한과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넷 연구원은 “김정은이 더 많은 군사 기술을 확보하면, 자신의 군사 능력에 대해 더 자신감을 갖게 되고, 그에 따라 남한에 대한 제한적인 공격을 수행할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이러한 제한적인 공격은 대규모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남북한 간 전쟁이 가장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했다.
북한이 지상군을 파병한 배경으로는 외화벌이를 주목했다. 그는 “김정은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포탄과 로켓을 보냈다”며 “하지만 이 탄약의 대부분은 1960~1980년대에 생산돼 노후화된 상태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에서 보낸 포탄 중 일부는 제대로 발사되지 않고 오히려 러시아군에 피해를 입혔다는 보고도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은은 더 이상 제공할 무기 재고가 부족해졌고, 그에 따라 러시아로부터 받을 보상도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식량과 생필품 부족으로 인한 내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지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대안으로 병력 파견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고용하는 해외 용병의 한 달 월급은 3000달러(413만원)까지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정부 입장에서는 수백억원의 무기개발 및 식량구입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파병 북한군 ‘총알받이’…북한 내부 불만 커질수도”
베넷 연구원은 “러시아 군대가 자국 군인들을 심하게 소모시키는 상황에서 북한군 역시 비슷한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하루 평균 1200명의 러시아군 사상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북한 병사들 역시 러시아군과 마찬가지로 ‘총알받이’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이번 북한군의 파병은 외교안보 측면에서 한국에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베넷 연구원은 “러시아와 북한은 사실상 동맹이 아니라 절박한 상황에서의 ‘결혼’과 같다”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에 제공할 군사 기술을 신중하게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은 전투병력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에 군사 기술을 이전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는 북한이 남한을 위협할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한국에 나쁜 소식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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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베넷 연구원은 “김정은은 러시아가 북한군을 심하게 다룰 경우 군대가 탈북할 수 있기 때문에 엘리트 부대를 제외한 병력을 보내는 것이 꺼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전선에서는 북한군 탈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는 북한군 18명이 쿠르스크주 경계에서 부대를 이탈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북한군 파병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은 확실한 정보 파악이 안된 것을 이유로 꼽았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군이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에 파견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들의 정확한 신원이나 파견 목적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정부가 좀 더 명확한 정보를 얻기 전까지 공식 발표를 미루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