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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명예이사장은 25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글로벌 대전환 시대, 한국의 대외경제 정책 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이 제언했다. 사공 이사장은 역대 최장수 경제수석이자 재무부 장관을 역임했고, 이명박(MB) 정부에선 대통령실 경제특보와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을 지냈다.
사공 이사장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단기간에 끝날 수 없는 문제로 판단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세계 최강국’ 타이틀을 놓을 수 없어서다. 그는 “지난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중국이 중국몽(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포기할 일은 없다”며 “세계 기축통화국이자 하드·소프트파워 등에서 모두 중국에 앞서있는 미국이 중국을 가만히 둘 리도 없다. 두 국가 사이에서 연전이 이어지고 세계경제 질서가 흐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공 이사장은 두 국가가 전쟁과 같은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은 과거 어느 패권 상대국들보다 경제적 상호의존성·보완성이 높다”며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만나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지나 러몬드 상무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사공 이사장은 앞으로 미국과 중국 중 선택을 요구받는 일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며 ‘가치와 원칙’ 및 ‘일관성’을 강조했다. 그는 “힘 없는 나라일수록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과 논리로 양측을 설득하고 우리가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할 때도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설득하며 신속하게 가입결정을 했다면 더 환영 받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사공 이시장은 미중 패권경쟁이 한국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미중 패권경쟁으로 세계질서가 흔들리며 G20이 새로운 집단 지도체제로 부상하면, 가장 최근에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한국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란 관측이다.
그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도 우리가 미국, 일본과의 관계가 좋기 때문에 중국과 일본 관계에 있어서도 우리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심 양국(중국·일본)도 이를 기대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본다. 우리가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건전재정을 지키는 노력도 더 필요하다는 주문도 했다. 사공 이사장은 “세계경제는 앞으로 몇 십년 어려울 것이기에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어디까지나 건전재정 발판 위에서 할 수 있는 경제성장 잠재력을 만드는 데 국정의 모든 우선순위가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4차산업 혁명으로 변화의 변곡점에 있기에 대응이 필요하고, 이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교육개혁이 필요한 것”이라며 “노동시장 유연화의 필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한 사람이 10~15번 직업을 바꾸는데 노동시장이 유연화되지 않는다면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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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국의 대외경제 정책 방향: 성과와 도전과제’을 주제로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도 G20의 역할이 강조됐다. 송인창 G20 국제협력대사는 미중 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지경학적(Geo-economic) 분절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글로벌 최상위 포럼인 G20을 강조했다.
이시욱 KIEP 원장은 “새롭게 부상하는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 자유·평화·번영의 비전을 공유하고 포용·신뢰·호혜의 원칙에 입각한 협력 강화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의 성과를 더욱 내실 있고 지속 가능하며 확대 가능한 실질적 정책방향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