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장관의 아들 서모(27)씨는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21개월간 미2사단 지역대 소속 카투사로 근무했다. 의혹의 핵심은 서씨가 21개월 군 복무 중 58일간 휴가를 다녀왔는데, 특히 2017년 6월 5일부터 27일 사이 총 23일간 이례적인 장기 휴가를 가는 혜택을 누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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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의혹을 제기한 육군 중장 출신의 신원식 미래통합당 의원은 2일 서씨가 지난 2017년 6월 5일부터 23일까지 19일간 2차로 나뉘어 낸 병가 중, 1차 병가에 대해선 휴가명령지가 남아 있지만, 2차 병가에 대해선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내용의 군 관계자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들은 당시 서씨 부대에서 휴가 관련 행정업무 책임자였던 지원장교 A대위와 서씨 휴가 승인권자였던 지역대장 B중령이다.
군 당국은 관련 의혹에 대한 취재 문의에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답변이 제한된다고 했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병가의 경우 자대에서 조치가 가능한 부분이다. 단, 치료 목적으로 병가를 냈다가 복귀시 병원 진단서나 의사 소견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서씨에 대한 관련 자료는 휴가를 승인한 명령지만 있을 뿐 병가의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병가 10일 이후 한 차례 이를 연장한 것에는 휴가 명령지 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군의관 소견서, 병원 진단서, 전산 기록 등의 근거 자료 역시 없다는게 신 의원 측 주장이다. 병가 연장은 부대 복귀 후 재승인 과정을 거쳐 나가는게 원칙이다. 그러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병가 연장이 필요할 경우 부대에 이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복귀시 반드시 병원 진단서 등의 근거를 제출하고 해당 부대는 이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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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의원 측에 따르면 서씨가 두 번째 병가를 소진한 이후 추 장관의 당시 보좌관이라고 하는 인물이 부대에 전화를 걸어 병가 연장이 가능하냐고 물었다고 한다. 부대에서 불가하다고 해 개인 연가 3박4일을 추가로 사용했다. 이 역시 휴가명령지 등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추 장관 아들의 휴가 관련 질의에 “절차에 따라 병가와 휴가가 진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간부의 면담 일지에는 기록이 돼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면서도 “일부 행정처리, 이런 것들을 정확하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어 “지휘관이 구두 승인을 했더라도 휴가 명령을 내게 돼 있다”면서 “서류상에 그런 것들이 안 남겨져서 행정 절차상 오류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서씨가 휴가 복귀시 병원 진단서 등의 근거자료를 제출했는데 부대에서 이를 처리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이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부대가 서씨의 장기 휴가를 눈감아 준 것인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하지만 서씨 변호인 측은 이날 “서씨는 병가 규정에 따라 국군 양주병원에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아 병가를 신청했고, 병가신청에 필요한 서류 일체를 모두 제출했다”고 밝혔다. 또 “2차 병가에 있어서도 병가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삼성서울병원에서 발급받아 제출했기 때문에 병가와 관련해서 서씨가 해야 할 의무는 모두 다 했다”고 강조했다. 만약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챙겼어야 하는 휴가명령서와 병가 근거 서류 등의 누락은 부대 책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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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오류 가능성에 대해 군 관계자들은 일반 부대였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카투사는 상황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미군과 한국군으로 이원화된 관리·통제의 사각지대가 생기면서 각종 일탈 사건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카투사의 모습은 군 기강 해이의 표본 처럼 인식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지난 해 초 용산 미군기지에서 근무한 카투사 장병은 전역을 앞두고 한달여 동안 근무를 하지 않고 부대 밖에 머물다가 뒤늦게 적발됐다. 미군이 허락한 외박과 한국군 측에서 받은 휴가를 한꺼번에 사용했는데, 휴가 기간과 외박 기간 사이 부대에 복귀해 다시 출타해야 하는 내부 규정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관리자인 해당지역 한국군지원대장은 이 사실을 한 달 가까이 인지하지 못했다.
또 작년 2월 5명의 카투사 장병들이 군무 이탈과 지시불이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사건도 있었다. 적게는 16일에서 많게는 32일 동안 부대 밖에 머물렀다. 인원 파악 등 병력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사건이었다.
작년 9월에는 약 5개월여 동안 근무지를 이탈했다 전역한 카투사 출신 병사도 적발됐다.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서 경기 평택 미군기지로 부서가 옮겨갔는데도 가지 않고 자신은 용산기지에 남아 다른 미군들을 도와준다고 둘러대며 집에 있었던 것이다. 이 역시 영내 저녁 점호가 없는 빈틈을 노린 것이다.
카투사의 군 기강 해이 문제가 계속되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해 관리실태 등을 전반적으로 확인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육군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육군은 간부에 의한 불시 야간 순찰 등을 하고 한·미 양측 지휘관에 의한 출타자 2중 확인 및 승인 절차도 만들었다. 또 출타자 대면신고를 의무화하고 미측의 협조 아래 위병소 출입실태도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