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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현지 교민이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를 통해 리라화 환율 폭락에 따른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24년째 거주하고 있는 교민 A씨는 “1년 전과 비교해서 물가가 거의 배로 뛰었다. 교민 중 1명이 10일 전에 터키 돈으로 집을 하나 샀는데 달러 가치로 따져봤을 때 당시 33만달러로 산 게 21만달러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도매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물건을 판매하지 않고 재고로 가지고 있다”면서 “현지 분위기가 굉장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현지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A씨는 “대다수는 왜 미국에서 터키 주권을 마음대로 하느냐. (미국인 브런슨 목사가) 죄가 있어서 구금을 했는데 왜 풀어줘라 마라 하냐는 식으로 상당히 거부감이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리라화 급락으로 인한 ‘명품 사재기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A씨는 “어제 가족들과 백화점에 갔는데 명품관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어서 깜짝 놀랐다”며 “그중에 한국 사람들도 꽤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는 명품 가게 앞에 줄을 서는 적이 없었다”면서 “리라화 환율이 떨어지니까 터키에 가면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 혹은 터키에서 물건을 직구(직접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게 현실대로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줄 서 있는 한국 사람들이 아마 ‘배대지’(배송대행 서비스를 하는 사람들)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터키는 시리아 내전을 겪으면서 멀어졌고, 최근 터키에 구금된 미국인 브런슨 목사의 석방 문제로 양측의 갈등이 표출됐다.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산 알루미늄과 철강 관세를 인상한다고 발표했고, 터키 경제는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물가는 치솟고 통화가치는 급락하고 있다.
14일 외신에 따르면 터키 수사당국은 리라화 폭락을 조장한 세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SNS 이용자 등 네티즌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전략적 동반자의 등 뒤에 칼을 꽂았다”며 연일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