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중국 인민은행이 자본유출입 변동성이 커지는 위험을 막기 위해 조만간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익명의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사실상 위안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방식이라 전 세계로 번지는 환율전쟁에 동참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인민은행이 크게 두 가지 대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민은행이 매일 제시하는 고시환율의 하루 변동폭이 ±2%로 제한돼 있는데 이 범위를 두 배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1%로 제한된 범위를 두 배로 늘리기도 했다. 또 하나는 고시환율을 조정해 위안화의 가치를 달러화 대비 점차 떨어뜨리는 조치다.
핫머니로 자본유출입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투자 수요를 줄이겠다는 게 인민은행의 의도라고 분석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중국 외환시장에서의 시장 기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위안화 거래 폭을 넓히고 고시환율을 높이는(=기준 위안화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수출을 부양하고 자본유출 비용을 더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상하이증권뉴스는 인민은행의 전 정책 고문이었던 유용딩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앞엔 경제성장 둔화와 함께 자본유출이라는 과제가 혼합돼 있다. 중국의 4분기(10~12월) 자본수지 적자가 912억달러규모로 1998년 4분기 이후 가장 커졌다고 국가외환관리 웹사이트는 설명했다.
홍콩 소재 라보뱅크 인터내셔널의 아시아태평양 금융시장 연구 대표 마이클 에브리는 “중국은 자본 유출에 더 관심이 있다”며 “점차 고시환율을 하락시키고 거래 변동폭을 넓힌다는 그들의 신중한 선택은 좀 더 (시장) 자유화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통화 약세는 너무 급격하고 빨라 공포의 원인이 되고, 자본유출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에브리는 “수출이 성장의 광대한 드라이버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많은 국가의 거대한 무역 파트너”라며 “어떻게 앉아서 환율 전쟁으로 들어가지 않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유럽, 싱가포르, 호주의 중앙은행들이 그들의 통화가치를 하락시키기 위해 돈 풀기 정책을 확대하는 과정인 반면, 그동안 인민은행은 신용 거품에 대한 우려로 광범위한 통화 완화정책을 제한해왔으나 통화 가치 하락을 유도함으로써 환율 전쟁에 동참했단 분석이다.
이날 호주 중앙은행이 깜짝 금리를 인하하자 위안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상승폭을 줄였다. 상하이 기준으로 오후 2시 경 위안화는 달러당 6.2575위안에 거래돼 전 거래일보다 0.04% 상승했다. 종전까진 0.11%까지 올랐으나 상승폭이 줄어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