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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업계에 따르면 신반포4지구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은 이달 중순 재건축 사업장 내에 있는 1446㎡ 넓이 나대지(건물이 없는 빈땅)를 서울시로부터 매입했다. 매입 가격은 약 556억8000만원, 3.3㎡당 1억2600~1억2700만원 꼴이다.
신반포 4지구는 신반포8·9·10·11·17차 아파트와 녹원한신아파트, 베니하우스 등이 참여하는 통합 재건축 사업장이다. 재건축이 끝나면 현재 2898가구인 신반포4지구는 3307가구 규모 새 아파트로 거듭난다. 재건축 단지 이름은 ‘신반포 메이플자이’로 정해졌다.
신반포 4지구 조합은 최근 철거 작업을 마무리했지만 본 공사에 들어가지 못한 채 발만 구르고 있었다. 신반포 11차와 14차 단지 사이에 있는 서울시 땅 가격을 두고 조합과 서울시가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사업장 내 공유지 매입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재건축 공사를 시작할 수 없다. 애초 조합은 이달 중 아파트 공사를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시유지 매입 협상이 늘어지면서 착공도 기약 없이 뒤로 밀렸다.
애초 조합에선 공시지가 기준으로 시유지를 매입하길 바랐다. 신반포4지구가 최초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던 2017년 조합이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책정한 시유지 매입 예산은 3.3㎡당 약 8400만원이다. 반면 서울시는 시세대로 땅값을 받겠다는 입장이었다. 서울시는 빈땅이라도 이미 재건축이란 호재가 예정된 이상 공시가격만 받고 시유지를 매각하면 특혜가 될 수 있다고 맞섰다.
신반포 4지구 조합은 아파트 시세에 빈땅을 파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서울시 요구대로면 시유지 매입 비용이 원래 책정했던 예산보다 50%가량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합원 부담과 사업비도 늘어난다. 조합에선 행정소송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땅 매입이 시급한 조합에 비해 느긋했던 서울시는 ‘버티기’에 들어갔다. 지난해 조합이 시유지 매각을 요청하자 ‘세외 수입을 증대해야 한다’는 이유로 매각을 보류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부동산 가격 상승 바람에 편승해 조합이 제시했던 가격보다 더 높은 값을 받기 위해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유지 매각 협상 끝낸 조합, 내년 분양까지 속도전
1년여를 끌던 양측은 올해 협상을 통해 결국 합의를 도출했다. 서울시는 협상장에서 조합 측에 최근 거래된 조합원 입주권 시세대로 땅값을 쳐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결국 조합이 물러섰다. 서울시 요구대로 시세에 맞춰 땅값을 지불했다. 땅값을 더 많이 지불하더라도 사업 지연을 막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착공이 늦어지면 2022년 일반분양, 2024년 완공이라는 일정이 줄줄이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유지 매매 협상 타결로 신반포4지구 사업은 다시 궤도에 올랐다. 신반포4지구 조합은 시유지 매매 계약을 마무리한 직후 서초구에 착공을 신고했다. 조합 관계자는 “공유재산심의회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서울시에서 요구하는대로 땅값을 줬다”며 “신고 수리 절차는 별로 시간이 안 걸리니 조만간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연말 조합원 분양 신청도 접수할 예정이다.
공사가 시작되면서 신반포4지구 분양을 기다리던 청약 대기자들도 한숨 돌리게 됐다. 가뜩이나 서울 분양 물량이 씨가 마른 상황에서 신반포4지구 사업마저 공전하며 청약 당첨문이 더 좁아질 것이란 게 청약 대기자들 걱정이었다. 조합은 내년 상반기 중 일반분양을 시행할 계획이다. 신반포 4지구 일반분양 물량으론 236가구가 배정됐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신반포4지구는 한강 변 핵심 입지에 위치한 데다 주변에서도 재건축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가격 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