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험 전파 경로 보인다’…한은, 자금순환통계 개편

이정윤 기자I 2026.01.08 11:24:47

금융상품별 채권·채무 관계 세분화
“금융위험 전파 경로 파악 목적”
2024년 자금 연결 더 촘촘…은행 비중 높아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한국은행이 가계·기업·금융기관 간 자금 연결 구조를 보다 정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자금순환통계를 개편한다. 단순히 경제 주체별로 ‘돈이 얼마나 있는지’를 넘어, ‘누가 누구에게 어떤 금융상품으로 연결돼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통계를 새로 공개한다는 것이다.

한은은 2026년 1월부터 기존 자금순환통계의 세부 항목으로 ‘상세자금순환표’를 신규 공표한다고 8일 밝혔다. 상세자금순환표는 금융상품별 발행·보유 관계를 추가해, 경제 주체 간 금융 거래의 연결 구조를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낸 통계다.

이번 개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 위험이 어떤 경로를 통해 확산되는지를 사전에 파악할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특정 부문이나 금융기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충격이 어디로 번질지를 진단하려면 단순한 잔액 규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주요 20개국(G20)과 국제 통계 기준인 2025년 국민계정체계(SNA) 역시 상세자금순환표의 개발과 공표를 권고하고 있다.

새로 공표되는 통계는 잔액표와 거래표로 구성되며 현금·예금, 채권, 대출, 보험·연금, 투자펀드 등 주요 금융상품을 대상으로 한다. 가계, 기업, 정부, 금융기관, 해외 등 경제 주체를 세분화해 각 주체 간 채권·채무 관계를 교차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금융기관도 한은, 은행, 비은행, 보험·연금, 투자펀드 등으로 나눠 보다 정밀한 분석이 가능해진다.

2024년 상세자금순환표를 보면 경제 부문 간 금융 연계 규모는 1경 6707조원으로 전년보다 928조원 늘었다. 가계·기업·금융기관 간 자금 거래가 그만큼 촘촘해졌다는 의미다. 연계 비중은 은행과 가계(13.9%), 은행과 기업(12.1%) 순으로 높아, 은행이 여전히 자금 흐름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과 기업 간 연계는 전년보다 확대됐다.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확보한 자금을 은행 예치금 형태로 쌓아둔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비은행과 가계 간 연계는 주택 거래 감소와 대출 규제 영향으로 축소됐다. 금융기관 간 연계 규모 역시 늘었지만, 은행이나 비은행보다는 투자펀드를 중심으로 한 자금 이동이 두드러졌다.

한은은 상세자금순환표가 특정 연계가 강화되거나 약화되는 것을 단순히 좋고, 나쁘게 판단하기 위한 통계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해당 시점에서 경제 주체들이 어떤 금융상품을 활용해 서로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에 가깝다는 것이다. 마치 공중에서 경제를 내려다본 것처럼 가계·기업·금융기관 간 자금 연결의 모습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상세자금순환표의 과거 시계열은 2018년부터 연간 기준으로 제공되며,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진=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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