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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전력 판매를 도맡은 공기업 한국전력(015760)공사(한전)가 지난해 석탄·가스 등 원료비 급등 여파로 32조6000억원란 사상 최대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요금 인상을 통해 한전의 재무 위기를 막으려 해왔다. 지난해 전기요금을 세 차례에 걸쳐 1킬로와트시(㎾h)당 약 19.3원(약 20%) 올렸고, 올해도 총 51.6원을 더 올려야 한다는 판단 아래 1분기 약 13.1원(약 9.5%)을 추가 인상했다.
그러나 2분기 요금조정 계획은 여당(국민의힘)에 의해 막힌 상황이다. 2분기 요금조정은 원래 지난달 말까지 계획을 확정해 4월부터 적용해야 했으나 당정이 지난달 말 상황을 더 살펴봐야 한다는 이유로 결정을 잠정 연기했다.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 이슈가 불거지며 여당을 중심으로 에너지 요금 인상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당정이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부와 폭을 결정하기 전까지 당분간 이 같은 추측과 관심은 이어질 전망이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부채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올 들어서도 밑지며 파는 상황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천연가스를 비롯한 국제 연료비가 하향 안정 추세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평년대비 높고 불안정한 상황이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당정의 요구에 맞춰 앞서 발표한 5년 28조원(각 14조원)의 자구안 외에 인건비 감축 등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추가 자구안을 곧 발표하며 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호소할 계획이다.
에너지 업계에선 요금을 올리지 않는다면 연내 한계 상황에 이르리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지만, 당정으로서도 최근 지지율 하락과 맞물려 서민 부담이 불가피한 대폭의 요금 인상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사실상 공식적으로 요금 결정의 키를 쥔 만큼 에너지 업계의 우려대로 요금이 동결되거나 소폭 인상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선 이달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의 기자단 간담회에서 “최종적으론 당에서 판단할 문제이지만 개인적으론 늦어도 이번 달에는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