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BOJ 총재는 ‘경제학자’…시장 왜곡하는 YCC 손대나

방성훈 기자I 2023.02.14 17:16:34

차기 BOJ 총재로 우에다 가즈오 前심의위원 공식 지명
BOJ 총재 후보 급작스런 변경…정책 수정 신호탄?
매도 비둘기도 아니다?…24일 소신발언·질의응답 주목
日경제회복 예상보다 느려…"정책수정시 신중히 진행"

[이데일리 방성훈 김상윤 기자] 일본 정부가 차기 일본은행(BOJ) 총재로 경제학자 출신인 우에다 가즈오(71) 전 BOJ 심의위원(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격)을 공식 지명했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인지 매파(긴축 선호)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아직까진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지만, 이는 정확한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나오는 해석이다. 이에 시장에선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차기 일본은행 총재로 내정된 우에다 가즈오 전 일본은행 심의위원.(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차기 BOJ 총재 후보 급변경…정책 수정 신호탄?

14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일본 정부는 4월 8일 임기가 만료되는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의 후임으로 우에다 전 BOJ 심의위원을 기용하겠다는 인사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오는 24일 중의원 운영위원회에서 소신청취·질의 절차를 거친 뒤,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과반 이상 동의를 얻으면 정부가 임명한다. 임기는 5년이다.

시장은 우에다 내정자의 ‘성향’이 비둘기인지 매인지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우선 ‘경제학자’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우에다 내정자를 ‘일본의 벤 버냉키’라고 묘사했다. 버냉키와 같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기 때문이다. 버냉키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 의장을 지냈으며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닛케이는 경제학자로서 우에다 내정자가 제시해온 통화정책 관련 견해는 매파 성향을 띄고 있다고 분석했다. BOJ는 강제로 장기국채(10년물) 수익률을 0~0.5%로 묶어놓는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경제학자라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결정돼야 한다는 시장 논리를 따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우에다 내정자는 지난해 7월 언론 기고에서 “YCC가 점진적인 조정에는 맞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우에다 내정자의 가장 최근 발언을 통해 성향을 파악하려는 시도도 있다. 그는 지난 10일 “현재 BOJ의 통화정책은 적절하다. 현재로서는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금융완화적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비둘기적 다짐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닛케이는 그가 BOJ 정책위원회 심의위원으로 일했던 1998년 언론 인터뷰 때문에 엔화가치 폭락을 경험했던 사례를 소개하며, 이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외 발언은 극도로 조심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차기 BOJ 총재 후보가 당초 거론됐던 아마미야 마사요시 BOJ 부총재에서 우에다 내정자로 급작스럽게 바뀐 것 자체가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화정책에 변화를 줄 것이 아니라면 아마미야 부총재로 밀어붙였을 것이란 얘기다. 정부와 보조를 맞춰 유연하게 대응했던 인사가 역대 BOJ 총재를 역임해왔다는 점도 이러한 견해에 힘을 실어준다. 전 세계적인 긴축 기조 속에 BOJ가 금융완화적 정책을 고수하면서 물가상승→민심악화→기시다 후미오 내각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일본이 1990년대 이후 저인플레이션을 지속해온 만큼 이례적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BOJ가 꼽힌다.

◇매도 비둘기도 아니다?…24일 소신 발언 주목

BOJ 총재 후보가 아마미야 부총재에서 우에다 내정자로 바뀐 지난 10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한때 131엔대에서 129엔으로 급락했다. 정책 변경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현재의 통화정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힌 뒤 환율은 다시 132엔대 후반으로 치솟았다. 이날 오후 5시 10분 현재는 131.9엔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도 우에다 내정자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반적으로는 통화정책에 변화를 줄 것이란 전망에 좀 더 무게가 실리지만, 24일 소신청취·질의까지 확인해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YCC 정책에 대해 어떤 견해를 내놓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통화정책을 변경하더라도 일본의 경제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된 지난해 4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0.6%를 기록, 시장기대(2.0%)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소비지출 증가율은 전기대비 0.5%에 그쳤다. 방역완화로 큰 반등이 기대됐으나 글로벌 금리인상 등으로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지 못했다는 평가다.

JP모건은 우에다 내정자가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긴축으로 정책 전환을 원하는 시장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점진적으로 정책 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인플레이션이 높지 않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우에다 내정자는 경제 상황에 따라 정통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인물”이라며 중장기적으로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3월 19일 임기가 만료되는 아마미야 마사요시, 와카타베 마사즈미 부총재 후임으로는 우치다 신이치(60) 전 BOJ 위원과 히미노 료조(62) 전 금융청장을 각각 지명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