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핵보유국’ 후폭풍…핵 무장론 커지는 與(종합)

조용석 기자I 2025.01.22 16:17:01

與나경원 “자체 핵무장 필요시점…핵에는 핵으로”
홍준표 “北비핵화 믿는 일부…순진한 얘기”
野이재명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이어지길 기대”
외교관 출신 與野 의원 신중론…“핵보유 인정 아냐”

[이데일리 조용석 황병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핵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발언하면서 여당을 중심으로 우리나라도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경우 우리나라도 핵 안보를 위한 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일인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1월 6일 피고인들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날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 與나경원 “자체 핵무장 필요한 시점…핵에는 핵으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방미 중인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국이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려는 지금, 우리의 선택지는 분명하다”며 “이제는 핵 균형 전략, 대한민국의 자체 핵무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 핵은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다. 북러 협력으로 그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 만약, 국정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미국이 김정은과 위험한 ‘핵 거래’를 재추진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우리도 핵을 가져야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썼다. 또 “우리의 핵무장은 북핵 폐기, 진정한 비핵화를 위한 ‘평화적 핵무장’“이라며 ”핵에는 핵으로 맞서는 것, 그것이 평화를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방미 중인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SNS를 통해 트럼프의 발언을 언급하며 “남은 건 남북 핵균형 정책을 현실화해 북핵의 위협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며 “힘의 균형을 통한 평화 밖에 없다”고 핵무장을 지지했다.

특히 홍 시장은 2017년 트럼프 1기 시절과 현재 기조가 달라졌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2017년 10월 야당(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로서 워싱턴을 방문 했을 때는 전술핵 재배치 문제는 미국의 비핵화 정책에 배치 된다고 입에 올리지도 못했다”며 “이번에 워싱턴에서 만난 공식 인사들이나 비공식 측근들은 모두 북핵 문제는 한국 지도자들의 의지 문제라고 답했고, 남북 핵균형 정책을 대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라고도 설명했다.

방미 중인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 역시 이날 라디오에서 “어떻게 하면 핵 균형을 이룰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핵 균형이 깨진 것이고 크게 보면 안보 균형이 깨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우리 정치권 일각에선 북한 비핵화를 아직 믿고 있는데 이런 표현은 이제 순진한 얘기”라고도 지적했다.

다만 여당 지도부는 핵무장론에 대해 신중한 분위기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당 입장에선 굉장히 유감스럽다”라며 “트럼프 정부가 바로 오늘 출범했으니, 정책의 전환을 의미하는지 두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장관을 역임한 권 위원장은 당시에도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해왔다.

반면 야당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관련 언급 대신 비핵화 기조만 언급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대화 재개’ 의지에 환영 의사를 표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 외교관 출신 與野 의원 신중론…“핵보유 인정 아냐”

외교 전문가 의원들 사이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신중한 기류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전략으로서 ‘핵보유국’이라는 명칭을 사용했을 수도 있기에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역임한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한 방송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은 현실이기에 이를 어떻게 표현할까를 두고 미국 역대 정부가 많이 고민을 했다”며 “특히 (미국)국방부에서는 북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걸 가정하고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슷한 표현을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미국 대통령 입에서까지 이런 게(표현) 나온 게 조금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이것을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는 조금 이르다”고 했다.

또 “(미국이)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다는 것은 엄청난 비용”이라며 “(미국이 북한의)핵보유를 인정하면 NPT(핵확산금지조약)에 있는 다른 나라들이 그런 루트를 따르고 NPT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북의 핵보유를 인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얘기다.

외교관 출신인 위성락 민주당 의원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직은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는 이르다. ‘뉴클리어 파워’는 말은 새로운 의미를 갖지 않고, 종래에도 그와 유사한 발언들은 미국 사람들 입에서 많이 나왔다”며 “핵 보유 인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말들은 이제 교류와 대화를 전제하는 것처럼 들린다. 우리가 조금 주목을 해야 될 부분”이라며 “행간의 의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대화를 머릿속에 두고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고 부연했다.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 등과 같이 북한을 자극하는 용어를 일부러 피하며 북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 직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는 이제 뉴클리어 파워다. 그는 내가 돌아오는 것을 반기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역시 “어떤 제재도 북한의 핵 개발을 막지 못했다”며 대북제재 한계를 인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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