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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답게 절약해라" 임대 아파트에 붙은 공지문 시끌

홍수현 기자I 2024.09.02 19:01:12

흡연 자제 공문 두고 거친 표현 오가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한 공공임대주택에 붙은 단지 내 흡연 자제 공문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흡연 자제 권고 공문에 거친 표현이 사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사회관계망서비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LH 공공임대주택 엘리베이터에 붙은 공지문 내용이 올라왔다. 해당 공지문은 이 아파트 자치회장이 작성한 것이다.

자치회장 A 씨는 공지문에서 “무더운 여름 힘이 많이 드시지요?”라며 “솔직히 나는 돈 없고 집도 없는 거지다. 그래서 나라의 도움으로 이곳에 왔다. 나 외에 입주민분 모두는 돈 많고, 다른 곳에 집도 있고 부자라서 이곳에 오셨느냐”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나만 거지인가? 나는 우리 모두를 위해 아니, 나를 위해서 다만 얼마만이라도 아파트 관리비를 절약하고자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이 글의 뜻은 ‘담배’다. 누구나 피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 곳에나 버리면 누가 그 담배꽁초를 치울까. 청소 용역이다. 우리 아파트 청소 용역하시는 분이 몇 분인지 알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그 청소용역비 LH에서 주느냐”며 “담배를 피우더라도 제발 아파트 단지 내 바닥에 버리지 마시고 집 한 채 없어 이곳에 온 ‘거지’라면 ‘거지’답게 조금의 돈 절약하고 아끼며 사시기를 정중히 부탁드린다. 거지가 이기적이면 쪽팔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공임대주택은 정부에서 진행하는 대표적인 주거 복지 정책이다.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조성된다. 저소득층,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저렴한 임대료에 장기 거주가 가능하다.

이 글에 대해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누리꾼들은 “표현이 거칠지만 맞는 말”, “좋게 말하면 안 들으니 그런 듯”이라며 A 씨를 옹호하는 의견과 “저렇게 사람을 모욕주고 비참하게 만들다니 충격적”, “아이들도 있을 텐데 어떤 생각을 할지 걱정” 등 A 씨를 비판하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

다만 아파트 단지 내 흡연과 그에 따른 문제를 지적한 글의 요지에 대해선 공감대가 형성됐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불이 붙은 담배꽁초가 바로 옆으로 떨어졌다’거나 ‘지하주차장에 담배꽁초가 쌓여 있다’는 등 담배꽁초 무단 투기로 인한 주민 간 갈등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담배꽁초 무단 투기 시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위반 행위자는 5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지만,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사실상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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