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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봐주실 분 없나요” 추석 코앞 홈플러스…육류 매대엔 모형과일[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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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I 2026.09.21 1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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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 인가 후 첫 추석…영업 정상화 시험대
3600여종 할인에도 상품 구색 곳곳 빈틈
목표 매출 40% 수준…현금흐름도 빠듯
67개점 M&A 착수…새 주인 찾기 본격화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선물 봐주시는 분 없을까요? 누가 설명해줄 분이 있어야 하는데…”

21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2층 식품매장 입구. 견과류 선물세트 앞을 한참 둘러보던 40대 주부 A씨가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남성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추석 선물을 고르려는데 상품을 설명해 줄 사람이 보이지 않아서다. 잠시 뒤 다른 직원이 와 응대했지만 A씨가 찾던 다른 종류의 견과류 세트는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추석을 코앞에 둔 날이지만 선물세트 코너에는 고객에게 상품을 안내하는 판촉 직원이 눈에 띄지 않았고, 선물세트 구색도 단출했다.

21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21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식품 매대는 채웠지만…주류·선물세트는 아직 반쪽

매장 전체 분위기도 차분했다. 평일 오전 시간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명절을 앞둔 대형마트 특유의 북적임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매장을 찾은 고객은 50~60대 중장년층이 많았고, 카트에는 선물세트보다 반찬거리와 생필품을 담는 모습이 주로 눈에 띄었다. 계산대 앞에 긴 줄이 생기거나 선물세트 매대에 고객이 몰리는 모습도 찾기 어려웠다.

21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2층 식품매장 입구에 견과류 등 추석 선물세트가 진열돼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21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2층 식품매장 입구에 견과류 등 추석 선물세트가 진열돼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물론 매장이 텅 빈 것은 아니었다. 사과와 수산물, 델리(즉석식품), 냉동식품 등 주요 식품 매대에는 상품이 상당 부분 다시 들어와 있었다. 굴비·김·한우 등 추석 선물세트도 진열됐고 매장 곳곳에는 ‘2026 추석 홈플 is BACK’, ‘추석 당일 정상영업’ 등을 알리는 안내물이 붙었다. 매장 입구에는 ‘지금 홈플러스 마트·몰 정상 영업 중입니다’라는 안내판도 세워져 있었다. 이날 매장에서는 신선식품과 간편식 등 3600여종을 대상으로 한 할인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다만 상품 가짓수와 브랜드 구색은 아직 과거 수준을 되찾지 못한 모습이었다. 주류 코너는 판매가 중단돼 불 꺼진 냉장고 앞을 할인 의류 행거가 가리고 있었다. 일부 축산 냉장매대엔 빈 공간이 남았고, 자체브랜드(PB) 상품이 넓은 진열 공간을 차지한 곳도 여전했다. 선물세트도 넉넉지 않았다. 1등급 한우 선물세트엔 ‘전점 70세트 한정’ 문구가 붙었고, 선물세트 매대 곳곳엔 “구매 후 수령은 가능하나 배송 서비스는 진행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었다.

21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축산 간편식 냉장매대. 상품이 놓이지 않은 일부 공간을 모형 과일과 소품이 채우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21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축산 간편식 냉장매대. 상품이 놓이지 않은 일부 공간을 모형 과일과 소품이 채우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장을 보던 50대 주부 B씨는 “예전에 비해 물건이 확실히 줄긴 했다”며 “축산 코너 앞 매대에도 원래 각종 육류 제품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모형 과일이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건 종류가 많이 없으니 손님도 줄어드는 것 같다”고 했다.

마트 방문객 회복이 더딘 점은 입점업체에도 직접적 문제다. 1층 임대매장 구역은 식품매장보다 더 한산했고, 일부 매장 자리에는 빈 선반과 포장 박스가 쌓여 있었다. 뷰티 임대매장에서 근무하는 입점업체 직원 C씨는 “아직 상품 종류와 브랜드가 많지 않고 고객이 찾는 물건이 없을 때도 있다”며 “입점업체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마트 방문객이 다시 늘어나는 게 중요한데 체감상 예전의 절반 수준인 것 같다”고 말했다.

21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에 참치·햄 등 추석 선물세트가 진열돼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21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에 참치·햄 등 추석 선물세트가 진열돼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인가 후 첫 시험대…추석 성적표가 M&A 가늠자

이번 추석은 홈플러스에 단순한 명절 대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식품과 선물세트 수요가 몰리는 대형마트의 주요 성수기인 데다 지난 2일 서울회생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 이후 영업 정상화 수준을 가늠할 첫 시험대여서다. 법원 인가로 회생의 틀은 마련했지만, 상품 공급을 정상화하고 매출을 회복해 사업성을 증명하는 일은 이제부터다.

21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냉동식품 코너에 감자전 등 자체브랜드(PB) ‘심플러스’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21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냉동식품 코너에 감자전 등 자체브랜드(PB) ‘심플러스’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아직 매출 회복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15일 노조와의 간담회에서 현재 매출이 당초 목표의 약 4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석 성수품 확보를 위한 납품대금을 우선 지급하면서 미지급된 7월분 임금은 두 차례로 나눠 지급하기로 했다. 이달 지급 예정이던 추석 상여금 분할 지급 첫 회차 일정도 연기했다. 상품을 채우고 다시 고객을 불러들이는 일이 당장의 현금흐름과 직결돼 있는 셈이다.

이번 추석 장사는 새 주인 찾기의 첫 성적표이기도 하다. 홈플러스는 지난 17일 본사와 온라인사업부문을 포함한 대형마트 67개점의 인수합병(M&A)에 착수했다. 폐점 점포 가운데 자가점포 19곳의 부동산도 별도로 매각한다. 대형마트 사업은 영업양수도 방식으로 매각하며, 계약이 체결되면 매각대금을 반영한 회생계획안을 다시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활용 가능한 모든 자금을 상품 확보에 투입하며 67개 핵심점포의 영업 정상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고정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임대료와 인건비도 회생절차를 통해 약 5000억원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나 빨리 사업성 개선을 이뤄낼 수 있는가에 홈플러스의 회생과 채권 상환율, 상환 시기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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