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한국투자공사(KIC)는 수익률을 달러로 환산하기 때문에 달러 강세 발생시 미국 외 지역에 투자한 자산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
다만 이는 해당 자산의 실제 투자수익률과 상관없이 표시 통화에 따라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에 따라 주요 통화들로 통화 바스켓을 만들어서 수익률을 계산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었다.
◇ 국민연금, 원·달러 상승에 ‘해외주식·채권’ 수익률 양호
20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작년 초부터 10월 말까지 누적 기준 운용수익률 11.34%를 달성했다. 당해 연도 연환산 수익률은 11.52%다.
경기침체 우려 속 미국 기준금리 인하와 기술주 중심의 해외주식 상승, 원·달러 환율 상승, 채권가격 상승 등이 수익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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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기준 수익률이 해외주식 18.06%, 해외채권 3.10%인 것과 비교하면 동일한 자산의 원화 수익률이 각각 8.6%포인트(p), 7.46%p 더 높은 것.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원화로 환산한 자산에 평가이익이 발생한 영향이다. 작년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외화자산은 미 달러화 기준 4828억6000만달러 규모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 4분기에 가파르게 올랐다. 작년 11월 1400원을 돌파했고, 연말까지 환율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1400원대로 마감한 것은 지난 2022년 11월 7일(1401원20전) 후 약 2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 경제상황이 견고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예상됐고, 도널드 트럼프 집권으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발표될 것이라는 우려도 달러 선호 강화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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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KIC는 수익률을 달러로 환산하기 때문에 달러 강세가 오히려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친다. 미국 외 지역에 투자한 자산에 환차손이 발생해 수익률이 떨어지게 돼서다.
국부펀드 KIC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으로부터 위탁받은 외환보유고를 운용하는 역할을 한다. KIC는 올해 자산운용 성적표를 다음달 공개한다.
지난 2023년 말 기준 KIC의 총 운용자산은 1894억달러 규모다. 지역별 투자 현황을 보면 북미 비중이 61.15%로 가장 많고 △유럽 24.23% △아시아 12.30% △기타 2.32%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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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식, 채권 투자국은 수십개국에 이른다. 그리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덴마크, 독일, 러시아, 룩셈부르크, 말레이시아, 멕시코, 미국, 벨기에,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스웨덴, 스위스, 스페인,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연합, 아일랜드, 영국,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대만, 체코, 칠레, 카타르, 캐나다, 콜롬비아, 쿠웨이트, 태국, 페루, 포르투갈, 폴란드, 프랑스, 핀란드, 필리핀, 헝가리, 호주, 홍콩 등이다.
작년 달러 가치가 다른 국가 통화대비 급격히 오른 만큼 이들 지역에 투자한 자산 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하게 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리 및 환율 동향’을 보면 유로·달러 환율은 작년 말 기준 1.0354달러로, 1년 전인 지난 2023년 말 수치(1.1039달러)보다 6.20% 하락했다.
호주달러·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0.6812달러에서 0.6188달러로 9.16% 떨어졌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1.2731달러에서 1.2516달러로 1.69% 하락했다. KIC가 수익률을 달러가 아닌 원화 기준으로 환산했다면 훨씬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는 해당 자산의 실제 투자수익률과 상관없이 표시 통화에 따라 발생하는 차이다. 이에 따라 주요 통화들로 통화 바스켓을 만들어서 수익률을 계산해야 한다는 논의도 제기됐다.
KIC 관계자는 “KIC 자산의 경우 원화 환산 수익률이 크게 의미 없다는 시각이 업계에 형성돼 있다”며 “작년 국감에서 KIC가 수익률 공시를 달러 기준이 아니라 통화 바스켓 기준으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원 질의도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