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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너텍ODT ’ 들고 유럽, 중동 아시아 누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화이자는 지난해 11월 미국 제약사 바이오헤이븐이 개발 완수한 너텍ODT의 미국 외 전 세계 판권을 12억4000만 달러(한화 약 1조4800억원)에 사들인 후 각국에서 판매승인 신청 및 추가 임상을 진행하는 중이다.
화이자의 전방위적인 노력으로 너텍ODT는 현재 유럽의약품청(EMA)에 판매 승인을 신청한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국가에서는 편두통 급성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이스라엘에서도 편두통 급성 치료 및 예방제로 승인받았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화이자가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진행한 너텍ODT의 글로벌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구강용해정제형(ODT)의 효능 및 안전성이 1차 평가지표로 쓰였다. 투여 2시간 후 메스꺼움과 통증을 포함한 편두통 관련 증상을 측정한 결과, P값이 0.0001 미만으로 들어왔다. 학계에서는 이런 결과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값을 만족한 것으로 평가한다. 향후 아시아 시장 진출에도 청신호가 들어온 셈이다.
◇너텍ODT는 게판트 계열...기존 트립탄 계열 약물보다 안전해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편두통치료제 시장은 2020년부터 연평균 3.7%씩 성장해 2024년 51억 달러(한화 약 6조1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이 시장을 장악한 약물을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 등 트립탄 계열을 성분으로 갖는 약물이다. 트립탄은 뇌나 척수 등 중추신경계에서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 중 흔히 행복호르몬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세로토닌’과 결합하는 수용체에 작용한다. 관상동맥 경련과 같은 부작용이 보고돼 있어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반면 너텍ODT는 게판트 계열의 약물이다. 이 물질은 신경전달물질 중 ‘칼시오닌유전자관련펩티드(CGRP)’ 수용체 억제제다. 편두통 발생 시 CGRP가 신경세포 말단에서 발생하는데 게판트는 이들의 작용을 방해한다.
업계 관계자는 “트립판 계열 약물이 게판트 계열의 약물보다 편두통의 통증 완화 효과가 더 크다는 연구가 많다”며 “하지만 내성 문제 등 예방 목적으로는 쓸 수 없는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라이릴리의 ‘레이보우(성분명 라스미디탄)’나 유유제약(000220)의 ‘나그란구강붕해정(성분명 나라트립탄)’ 등 국내외 트립탄 계열의 약물은 편두통 급성 치료제로만 허가가 나온 상태다.
박홍균 인제대 의대 신경과 교수 등이 2020년 대한신경학회지에 발표한 ‘편두통 치료의 새로운 시대’란 연구 논문에 따르면 게판트 계열의 약물은 트립탄 계열 대비 효과는 비교적 떨어지지만, 부작용이 적어 2018년부터 치료는 물론 예방 목적으로도 속속 승인되고 있다고 분석됐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자국 제약사 애브비의 ‘앰브렐리(성분명 유브로게판트)’와 ‘큐립타(성분명 아토게판트)’, 너텍ODT 등 세 가지 경구용 편두통 치료제를 승인한 상황이다.
또 FDA는 단일클론항체 방식으로 제작돼 피하주사용으로 투여하는 네 가지 약물을 편두통 예방제로 허가했다. 여기에는 미국 암젠의 ‘에이모빅(성분명 에레누맙)’과 일라이릴리 ‘앰겔러티(성분명 갈카네주맙)’, 이스라엘 테바의 ‘아조비(성분명 프레마네주맙)’, 덴마크 룬드벡의 ‘바이엡티(성분명 앱티네주밥)’ 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FDA가 지난해 5월 편두통 예방을 위해 너텍ODT를 처방할 수 있도록 적응증을 확대 승인했다. 너텍ODT가 편두통 치료와 예방 목적으로 모두 쓸 수 있는 첫 경구용 약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4개월 뒤인 9월에는 큐립타도 FDA로부터 편두통 예방제로 적응증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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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판트 계열 경구용 약물은 국내 도입 안 돼...약가 등이 관건
너텍ODT에 대한 미국 시장의 반응도 뜨거웠다. 화이자에 따르면 2021년 3분기 기준 너텍ODT의 경구용 편두통 시장 점유율은 약 57%로 앰브렐리(43%)를 크게 앞질렀다. 당시 화이자 측은 “경구용으로 편두통 치료 및 예방에 모두 쓸 수 있으며, 안전성을 갖춘 만큼 전 세계 시장에서 너텍ODT의 활용도가 크다”고 평가했다.
한편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트립탄 계열 약물 처방액은 155억원이다. 여기에 제한적으로 쓰이는 나머지 약물까지 더하면 국내 편두통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300억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9년 일라이릴리의 앰겔러티를 편두통 예방제로 허가했다. 지난해 테바의 아조비도 판매를 허가했다. 두 약물은 현재 비급여로 한번 투여하려면 50만원 내외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릴리는 지난해 3월 앰겔러티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아직 너텍ODT나 앰브랠리, 큐빅타 등 게판트 계열의 경구용 약물은 국내에 들어오지 못한 상황이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국내 도입을 위해 임상 중인 CGRP 관련 편두통 제제는 너텍ODT와 바이엡티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CGRP 관련 경구용 및 피하주사 약물이 편두통 치료제나 예방 목적으로 해외에서 승인되는 추세이며, 국내 도입을 위해 문을 두드리고 있다”며 “이런 약물이 추가로 들어와 쓰이면 관련 시장의 규모를 키울 수 있다. 다만 기존 트립탄 계열의 경구용 약물과 비교한 가격 경쟁력, 실제 현장서 나타나는 효능 등이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