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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공포지수 치솟고 채권랠리 실종

장영은 기자I 2023.02.27 16:59:22

"디스인플레 아직" …추가 긴축·경기침체 우려 확대
고개 숙인 '5월 동결론'…연내 인하 어렵다는 전망도
공포지수 연중 최고치…글로벌 채권 랠리도 소강상태

[이데일리 장영은 방성훈 기자] 시장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 연초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동반 랠리가 펼쳐졌으나 최근 들어 증시는 변동성이 큰 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채권 시장은 소강상태다.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 둔화 신호가 예상보다 약하게 나오면서 추가 긴축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이에 따른 경기 침체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미 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에 시장 참가자들이 변동성 확대와 뉴욕증시 하락세에 베팅하고 있다. (사진= AFP)


월가 공포지수 연중 최고점…채권 금리도 급등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가 지난주 23을 넘기며 연중 최고치로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VIX가 20을 밑돌면 시장이 안도(complacency)하고 있다는 의미로, 30을 웃돌면 투자자들이 불안감(scurrying)을 느끼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한다고 WSJ은 덧붙였다.

투자자들은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VIX가 오를 것이라는 베팅이 3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이다. CBOE에 따르면 이번달 VIX가 상승할 것이라는 콜옵션의 일 평균 거래량은 2020년 3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음달 안에 VIX가 75를 상향 돌파할 것으로 보는 전망도 나왔다. WSJ은 “VIX가 몇 달 안에 40에 달할 것이란 예상에 힘이 실리고 있는데 이는 2020년 이후 한 번도 뚫린 적 없는 선”이라고 전했다.

변동성 급등에 대한 불안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의 하락을 헷지(위험 분산)하는 주식 풋옵션의 가격은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채권 시장의 분위기도 최근 반전됐다. 우량 국채 및 회사채를 추적하는 블룸버그지수는 지난달 4% 상승하며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지난주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초대비 13bp(1bp=0.01%포인트) 이상 오른(채권가격 하락) 3.96%까지 치솟았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10bp 오른 4.78%까지 뛰어 2007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시장조사업체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1월에는 정크 등급 회사채 펀드에 전 세계적으로 39억달러(약 5조2000억원)가 순유입됐지만, 2월 들어서는 70억달러(약 9조3000억원)가 유출됐다. 지난달 급등세를 보였던 신흥국 채권시장에서도 지난주에는 해외 투자자금이 대거 빠져나갔다. 이탈 자금 규모는 작년 10월 이후 가장 컸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 정점이후 가파르게 둔화세를 보이다 지난달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인플레 전망 기대에서 우려로…“금리 어디까지 올릴지 몰라”

최근 들어 시장이 이렇게 요동치고 있는 이유는 기대가 우려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1월 물가지표가 발표되기 전까지만 해도 월가에서는 미국 경기가 침체나 둔화 없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무착륙’(no-landing) 시나리오까지 나왔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긴축에도 소비와 고용 지표가 탄탄하고 연준이 곧 긴축을 종료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했다.

무엇보다 시장 참가자들은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지난해 6월 정점을 찍은 이후 둔화하면서 중앙은행인 연준의 긴축이 먹혀들고 있다고 낙관했다. 하지만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하락)의 징후는 예상보다 뚜렷하게 나타나지 았았다. 1월 CPI에 이어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전월과 예상치를 모두 웃돌았다.

유럽 경제의 회복과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도 재점화됐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를 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2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5.3% 상승할 전망이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7년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1월(5.3%)과 같은 수준이다.

여전히 뜨거운 미국의 노동시장은 탄탄한 경기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아니라 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를 키우는 요소가 됐다.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해 전반적인 경제 수요를 꺾어야 하는 연준에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미국의 노동 시장은 긴축의 고삐를 늦출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시장의 불안은 최종 금리가 어디까지 오를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8월에 5.39%까지 끌어 올릴 것이라는 전망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연준이 금리인상을 시작한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5월 동결론’이 우세했으나, 연내 금리인하는 많아야 한 차례 혹은 아예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거시전략 책임자인 마이클 멧칼프는 “우리는 현실을 확인했다. 몇 주 전 시장에서 기대했던 통화정책 완화는 환상일 뿐이었다”고 토로했다. 퍼스트 이글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이다나 아피오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올해 초엔 시장이 너무 앞서나갔다”며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과정은 (당초 투자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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