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상법 개정안 통과 등 강화하는 주주가치 제고 분위기에 자금조달을 앞당겨 시도한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1월1일~3월30일) 유상증자 결정 공시 상장 기업의 수는 89개사로, 총 증자규모는 7조2139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회사 수는 6개사가 늘어났고, 발행규모는 5조 3364억원 급증했다.
주식발행 규모가 급증한 배경으로는 삼성SDI(006400)(2조원)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3조6000억원)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시설자금 및 타법인 증권 취득’ 목적의 자금조달이 크게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분기 유상증자의 주요 목적으로 ‘운영자금’이 69%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이 55.6%로 가장 높았다. 해당 목적 용도 발행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2조4000억원), 삼성SDI(006400)(1조5460억원), 에코프로머티(450080)(550억원), 아이에이(038880)(100억원), 휴림로봇(090710)(10억원) 등 5곳이다.
시설자금 목적도 조달도 1조9541억원으로 전년 1405억원 대비 큰 폭 늘어났다.
반면 지난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운영자금’과 ‘채무상환’ 목적은 각각 5088억원, 627억원 줄어든 7868억원, 2014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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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공기업·금융기업 제외, 100개사 응답)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전년 대비 올해 자금사정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31%로 집계됐다. 이는 호전됐다고 응답한 비율 11%보다 3배 많은 수준이다.
한편으로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강화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기업들이 주가 희석 및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높은 유상증자를 선제적으로 단행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상법 개정 시행 전에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 강화나 승계 작업이 집중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같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금융감독원의 중점심사 대상에 올라 지난 27일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받은 상태다.
앞서 지난 1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오는 2030년까지 필요한 해외 거점투자 및 방산·무인기 사업 투자 자금 전액을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조달한다고 발표했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한화에어로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도 들여다보고 있다. 관건은 지난 2월 한화오션 지분 매입(1조3000억원)과 최근 유증 결정 과정의 연관성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구체적 심사 사안은 공개할 수 없지만 이사회 의사 결정은 일반적으로 심사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유증이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된 것인지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지분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하기로 발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및 한화오션 지분 인수가 승계와 연관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