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2023년) 56조원 세수펑크가 발생하자 이와 연동해 지방교부세 8조원을 강제 불용처리했다. 편성한 예산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사실상 강제 삭감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로 인해 지난해 전체 243개 지자체 재정자주도 평균(산술)이 전년 대비 4.4%포인트(p)나 급감했고, 92%(227개)의 지자체의 재정자주도가 전년보다 하락했다. 재정자주도 낮아질수록 지자체가 재량권을 갖고 사용할 재원이 부족해진다.
지방교부세 급감의 피해는 ‘어려운 지자체’ 특히 비(非)수도권에 크게 돌아갔다. 같은 자료에서 전년 대비 재정자주도가 10%p 이상 감소한 13개 지자체 중 12곳이 비수도권이다. 2022년 기준(결산) 재정자립도 하위 10위 중 6개 지자체(경북 영양·봉화·청송·영덕군, 전남 고흥군, 강원 화천군)가 2023년 재정자주도 10% 이상 감소 지역에 포함됐다.
세수가 덜 걷히는 상황에서 내국세와 연동해 지급하는 지방교부세 삭감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가 국회 심의를 피하려 감액 추가경정예산안(추경)도 하지 않고 인위적 불용을 하는 상황에서, 그해에 삭감분을 다 반영하는 것은 너무 거칠다. 지자체가 그나마 연착륙할 수 있도록 차년도나 차차년도 예산을 짜는 과정에서 삭감분이 반영되도록 배려해야 한다. 지난해 지자체장들이 정부(기획재정부)를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까지 낸 것 역시 이에 대한 아쉬움일 것이다.
용혜인 의원실이 다수 지자체에 물어보니 서울을 뺀 대부분이 “당해년도 감액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의견을 냈다고 한다. 대형 세수펑크 시대, 지방채도 발행하기 쉽지 않은 지자체의 안정적인 재정 운용 방안에 대해 중앙정부도 고민할 때다. 돈을 못 주는 상황은 어쩔 수 없더라도 배려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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