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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삼성 T&C포럼 가보니.."방학중에도 이공계 석박사 300여명 빼곡, 열기 후끈"

최영지 기자I 2022.08.24 16:59:00

<반도체 초격차 인재 확보 나선 삼성>
23일 성균관대학교서 열려
이정배 사장(메모리사업부장) 키노트 스피치서 '30년 근무담' 공유
경계현 DS부문장 레터도 화제 "여러분과 같은 인재 두고 싶다"
학생들, EUV 장비 이해는 기본..삼성 임원들에 질문 쏟아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직...

[수원 =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 소재 성균관대 제1공학관에서 개최한 ‘T&C(Tech&Career) 포럼’ 강연장에는 방학 중에도 불구하고 300여명의 이공계 석박사 재학생들로 가득차 빈자리가 없었다.

이날 성균관대에서 열린 포럼은 반도체 인재 확보에 나선 삼성전자가 서울대, 카이스트(KAIST), 연세대에 이어 네번째로 찾은 곳이다. T&C포럼은 삼성전자가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지난 2016년부터 해외대학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채용 행사로, 올해는 처음으로 지난 16일부터 24일까지 국내 5개 대학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가졌다.

반도체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열린 첫 포럼인 만큼 학생들의 관심 또한 뜨거웠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한 학생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인재 확보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진 강연이었다”며 “졸업후 삼성전자에 꼭 지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정배 사장, 20대 시절 사진 공개… “힘든 일도 보람도 많았다” 희로애락 공유

이같은 학생들의 큰 호응은 이날 포럼에 직접 키노트 스피치를 맡은 이정배 삼성전자 사장(메모리사업부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의 진심이 통했다는 평가다. 실제 이 사장은 프리젠테이션(PT) 중 학생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삼성전자 개발자로서 느꼈던 희로애락을 공유하는 한편 20대 시절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이 23일 성균관대에서 개최한 T&C 포럼에서 키노트 스피치를 진행하는 모습.
그는 “저는 1992년부터 삼성전자 직원이었고 이때부터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가 세계 1등을 하고 있다”면서도 “기술 설계, 마감으로 밤새는 일도 많았고 선배들과 고생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일하지는 않는다”고 말해 학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 사장은 “어떤 분야에서 30년 동안 세계 1등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열심히만 해서 1등을 한 것이 아니고 기술적 혁신이 있어야 하고 남들보다 빨리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반도체 설계 이후 동작하는 것을 볼 때 전 세계에 없는 표준을 만들어 선도할 때, 어려운 고객을 설득해 사업이 잘됐을 때의 보람이 기억에 남는다”며 “선후배들과 어려운 문제를 함께 풀 때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이 23일 성균관대에서 개최한 T&C 포럼에서 키노트 스피치를 진행하는 모습.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이 23일 성균관대에서 개최한 T&C 포럼에서 경품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
이 사장은 앞으로의 1위 전략과 목표를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메모리 사업을) 앞으로도 잘하려면 모바일보다 서버 시장에 맞게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신규 솔루션으로 자리를 잘 잡아야 하고 서브시스템 및 메모리 파운드리 등 분야에서 질적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출 목표에 대해선 오는 2027년 1200억달러(약 161조4000억원)를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밝혔다.

포럼에 참석한 학생들을 후배라고 칭하며 인생 선배로서 “공학자에게도 역사 흐름 속에서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 바라보는 지혜가 반드시 필요해 역사와 인문학을 잘 알아야 한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또 “평소 책을 읽으며 인상적인 경구를 메모하는 습관이 있는데 공유하고자 한다”며 아인슈타인과 아리스토텔레스 명언을 공유했고, 이때 여러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해당 화면을 담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 사장은 이어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를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4차산업 혁명을 제대로 만들 수 있고 사람들이 더 행복한 시간을 쓸 수 있게 함으로써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며 “반도체가 없으면 삶의 수준이 높아질 수 없지만 기술 자체가 어려워 잘할 수 있는 기업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외교·산업 현안으로 꼽히는 칩(Chip)4 동맹을 언급하며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도)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것을 하면 된다. 기술을 갈고 닦아서 우리나라와 속해 있는 사회에 기여하면 된다”며 “어떤 분들은 삼성전자 DS부문에서 기회를 잡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키노트 스피치를 마치고 진행한 경품 행사에도 직접 참여해 학생들과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희승 삼성전자 DS부문 글로벌채용 그룹장이 성균관대에서 개최한 T&C 포럼에서 강연을 진행하는 모습.
이어진 ‘HR Talk’ 세션에선 김희승 삼성전자 DS부문 글로벌채용 그룹장(상무)이 나서 임직원의 의견을 반영한 인사제도·유연 근무제 등 조직문화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그중에서도 세분화된 직무 분야와 상시채용 계획 정보에 가장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T&C 포럼에 참석한 석박사 학생들에 쓴 편지. (사진=삼성전자)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이날 참석한 학생 모두에 편지를 준비함으로써 환영 인사를 전했다. 경계현 사장은 “미래를 바꾸는 것은 기술이지만 그 기술을 만들어내고 그것들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것은 바로 사람”이라며 “기술 앞에 항상 사람, 여러분과 같은 인재들을 두고 싶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의 손영웅 상무가 진행하는 테크세션을 듣고 있는 모습.
◇“임원 세션, 매우 도움됐다”는 학생들, 강연 끝나고는 1대1 상담 위해 긴 줄 서

“공정 설계 연구를 공통적으로 담당하는 메모리사업부와 반도체연구소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핀펫’(fin-fet) 구조가 D램에 적용 안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테크 세션’에선 메모리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 시스템LSI사업부와 반도체연구소 등 사업분야별 세부 기술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모바일용 시스템온칩(SoC)의 도전과제와 극복방안 △미래 반도체 핵심기술 개발방향 △친환경 기술 트렌드 및 인프라 미래기술 개발방향 관련 세션으로 참석자들의 입사를 염두에 두고 삼성전자의 미래기술에 함께하자는 취지가 담겼다.

부문별 임원들이 직접 나섰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다가도 자유롭게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강의가 만족스러웠다면 손을 들어달라는 제안에 대다수 학생들이 손을 번쩍 드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세션이 진행됐다.

메모리사업부의 반효동 부사장이 차세대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장비를 설명하며 가격이 얼마인지를 묻는 즉흥 질문에 여러 명이 일제히 “2000억원입니다”라고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 입사 노하우를 겨냥한 질문뿐 아니라 설계공정 관련 전문적인 질문도 나왔다. 연사로 나선 임원들도 학생들의 질문을 반기며 상세하게 답했다. 반 부사장은 핀펫 구조를 D램에 적용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지금 기술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적용하지 않는 것이며 필요한 시점에는 기술을 적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 여학생은 태블릿PC에 강연 내용을 메모하며 듣다가 강연이 끝나자마자 임원을 따라나와 장시간 질문을 하기도 했다.

반도체연구소의 손영웅 상무는 입사 지원시 직무 선택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처음에 희망하는 부서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적극 피력하는 게 좋다”며 “반도체 8대 공정 중에서 특정 공정의 무기를 갖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학생들이 커리어세션에서 삼성전자 현직자들에게 상담받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인근 건물인 학술정보관에서는 박사 출신의 현직자들과 직무상담을 진행하는 ‘커리어 세션’이 열렸다. 설계, 공정·소자, 설비, SW, 패키지, 친환경 등 분야별 총 30개의 부스에서 직무 상담 이외에도 연구분야를 주제로 1대1 상담이 이뤄졌다. 이밖에 학생들은 회사생활 관련 궁금한 점들을 적극적으로 물어봤다. 특히 공정·소자 분야 상담을 원하는 학생들은 가장 길게 줄을 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지난 16일 서울대에서 시작한 T&C포럼은 카이스트와 연세대, 성균관대에 이어 24일 포스텍에서 진행한 후 마무리됐다. 삼성전자는 “2016년 시작한 T&C포럼을 국내대학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한 건 올해가 처음”이라며 “반도체 사업을 확장하며 해외 채용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국내 석박사 경력직을 유념해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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