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모처 오피스텔 건설현장에서 만난 전문건설업체 대표의 한숨 섞인 한 마디다. 이미 전국 공사현장 곳곳에선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발주처와 시공사 간 갈등이 불거진 터다.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최근 주요 건설사업이 번번이 유찰의 고배를 마시고 이유도 날로 치솟는 공사비에 있다.
실제로 대한건설협회 ‘건설업 임금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 일반공사 직종의 하루 평균임금은 25만 8359원으로 5년 전(20만3891원) 대비 26.7% 올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조사한 올해 5월 건설공사비지수 역시 5년 전 동기(97.77) 대비 33.2% 치솟은 130.21로 집계됐다.
문제는 공사비 급상승이 비단 건설업체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국민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점이다. 주52시간제 적용과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은 날로 치솟는데 팬데믹으로 원자재 수급 불안까지 덮치면서 최근 지방 신축 아파트들에선 대규모 하자 논란이 심심찮게 빚어져서다.
공사비 감축을 위한 공사기간(공기) 단축에 급급하다 보면 순차 진행해야 할 각 시공 과정이 몰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공사비 갈등에 행여 하도급 업체 대금 지급이라도 늦어지면 고품질의 시공은 더욱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약속한 공사비·공기를 잘 활용해 좋은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건 오롯이 건설사의 의무이자 책임임에 이견이 없다. 단 인건비 상승, 원자재 수급 불안, 고금리 등 최근 공사비 급상승 요인 중 건설업체가 효율성을 들이댈 만한 게 없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싸게 잘 지어달라’는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한 건축업계 관계자의 말을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