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은 홍콩 고등법원의 린다찬 판사가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며 헝다(에버그란데)의 청산과 관련된 재판을 오는 12월 4일로 연기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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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판사는 헝다가 다음 심리까지 구체적인 구조조정 제안을 제시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법원이 정리 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이날 홍콩 증시에서 청산 위기에 몰렸던 헝다의 주가는 장초반 23%까지 급락했으나 심리 연기 소식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중국의 최대 개발업체 중 하나였던 헝다는 부동산 침체 타격으로 빚더미에 깔리면서 지난 2021년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에 몰렸다.
이후 구조조정을 모색했지만 창업자인 후이카옌 회장이 범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신규 채권 발행이 금지되는 등 회생 가능성이 낮아졌다.
헝다 계열사 투자자인 톱샤인 글로벌은 지난해 6월 헝다가 8억6250만홍콩달러(약 1492억원)를 갚지 않았다며 청산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한 이날 심리에서는 헝다의 청산을 명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현재 헝다가 지고 있는 총부채 규모는 3000억달러(약 405조원)가 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채권자들은 더 많은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원 명령에 따른 청산보다 협상을 통한 구조조정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지난달말 헝다가 채권단 회의를 취소하고 제안된 구조조정을 재평가하겠다고 밝힌 이후부터 청산 위험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법원이 청산 명령을 내리더라도 헝다가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당장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이 빚을 갚기 위해 헝다의 자산을 매각하려면 경영권을 장악해야 하는데 쉬운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청산 명령이 내리지면 타격은 불가피하다, 상하이에 위치한 한 자산관리사의 투자이사는 블룸버그에 “이런 사건은 금융 기관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노출 시킬 수 있다”며 “청산 명령이 내려지면 은행은 부실 채권의 손실을 인식해야 할 수 있고 이로써 재무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헝다보다 더 많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또한 최근 달러화 채권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헝다의 청산은 연쇄적인 대형 개발업체들의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일단 한달 이상의 시간을 벌게 된 헝다는 새로운 구조조정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헝다가 최근 며칠 사이 예전 구조조정 계획에 반대했던 일부 채권자들과 회담을 열었다고 전했다.
헝다 채권자들의 법률 고문을 맡고 있는 커클랜드앤릴리스의 네일 맥도널드는 블룸버그에 “이제 회사는 고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실행 가능한 제안을 제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갖게 됐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판사의 분명한 메시지를 회사가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