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귀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정오께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바다에서 돌고래가 폐그물에 걸린 채 헤엄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경 구조대원이 바다에 입수해 확인해보니 남방큰돌고래 등과 앞 지느러미 사이에 있는 건 폐그물이 아닌 1m 정도 되는 죽은 새끼 돌고래로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
어미 돌고래는 해경이 다가가자 죽은 새끼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듯 사체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움직이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다.
이에 대해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돌핀맨 이정준 (해양 다큐멘터리) 감독이 수중에 들어가 확인한 결과, 어미는 JTA120 남방큰돌고래로 확인됐다.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가 만든 제주 남방큰돌고래 등지느러미 목록표 120번째 돌고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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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는 “이미 과거에도 여러 차례 죽은 돌고래를 며칠 간 물 위로 끌어올리거나, 메고 다니는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이 관찰된 바 있다”며 “장수진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대표가 서귀포시 범섬 부근에서 관찰한 2014년 시월이의 사례, 국립 고래연구센터가 2020년 6월 제주시 구좌읍 연안에서 관찰한 사례가 그것이다. 2023년 5월에도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비슷한 사례가 다큐제주에 의해 기록됐다. 이는 언론에서 죽은 새끼를 잊지 못하는 어미의 모성애가 지극하다고 보도됐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JTA120 돌고래가 새끼의 죽음을 충분히 애도하지 못하게 하는 관광 선박들이 너무 많아 눈살이 찌푸려진다. 13일부터 15일까지 광복절 연휴 기간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종일 관광 선박들이 돌고래들을 따라다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미 돌고래가 새끼 사체를 힘겹게 업고 다니던 15일 오후에는 이들이 있던 서귀포시 대정읍 인근에서 관광 선박 4척이 동시에 돌고래 관광을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고 덧붙였다.
단체는 “3일간 현장 모니터링에서 해양생태계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돌고래 선박 관찰 규정을 위반한 사례 4건을 적발했고,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과 사진 증거를 첨부해 제주도청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돌고래들을 따라 몰려다니는 관광선박으로 인해 보호종 남방큰돌고래들은 제대로 쉬지 못하고, 먹이 활동에도 지장을 받는다. 죽음을 애도하는 돌고래 옆에 몰려온 선박들은 이 돌고래들을 그저 볼거리, 오락거리로 취급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번에 발견된 새끼 남방큰돌고래 사체는 결국 16일 대정읍 무릉리 해안가로 떠밀려와 해경이 지자체에 인계하며 마무리됐다”며 “하지만 마지막 남은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의 주요 서식처인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의 선박관광을 제한하지 않으면 이미 지역적 멸종위기에 처한 돌고래들은 제주 바다에서 영영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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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법인은 사람 외에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자연환경이나 동식물에 법적 권리를 주는 제도다. 기업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것처럼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자연물에 법인격을 부여한다
법인격을 갖추면 기업이 국가·개인 등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듯 동식물도 후견인 또는 대리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주체가 된다.
제주도는 지난 8일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하거나 특정 자연물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실무위원회를 통해 검토했다.
도는 제주 특별법을 개정하거나 별도의 개별법 제정을 통해 제주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도 추진하고 있다.
제주남방큰돌고래는 과거 제주 바다 전역에서 발견됐지만 현재는 개체 수가 줄어 120여 마리만 관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