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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우크라, 美미사일로 러 공격 OK”…확전 우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내부 표적을 공격하는 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에이태큼스’(ATACMS)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고 보도했다. 에이태큼스는 록히드 마틴이 개발한 사거리 약 300km의 지대지 미사일로, 하늘에서 비처럼 파편이 쏟아져 ‘강철비’(steel rain)라고도 불린다.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공격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미사일이 스스로 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식적으로 관련 사실을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장거리 미사일을 이용한 러시아 본토 타격을 예고한 것이라고 BBC는 평가했다.
미국이 확전을 우려해 그동안 에이태큼스 사용을 제한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은 이례적이다. 소식통들은 이번 결정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따른 대응이라며, 추가 파병을 막으려는 의도 역시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에이태큼스를 사용한다면 북한군이 참전한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이 첫 타깃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지난 8월 쿠르스크를 탈환하기 위해 북한군 약 1만명을 포함해 총 5만명의 병력을 이 곳에 배치했다. BBC 등은 우크라이나는 에이태큼스로 쿠르스크 내 러시아의 군사 기지 및 북한군 밀집 지역, 핵심 인프라, 탄약고, 물류 거점, 보급로 등을 공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전황을 뒤집는 등 우크라이나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국방부 부차관보를 지낸 에블린 파르카스는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는 에이태큼스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알렸다”며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케르치 다리 등을 공격하는 데 사용된다면 심리적으로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바이든 “北파병은 확전 행위” vs 러 “3차 대전 큰 걸음”
장거리 미사일 사용 승인이 전황을 뒤집긴 어려워 보이지만, 영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BBC는 영국이나 프랑스가 미국을 따라 러시아 내부에서 스톰 섀도우 미사일 사용을 허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확전 가능성을 우려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은 ‘레드 라인’을 넘는 행위, 즉 “직접적인 참전”이라며 “갈등의 본질을 크게 바꿀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파병을 이미 확전 행위로 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국제문제위원회의 부위원장인 블라디미르 자바로프는 “3차 세계대전 시작을 향한 매우 큰 발걸음”이라고 반발한 뒤, 러시아가 즉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전문가들도 러시아의 추가적인 군사 대응이 있을 경우 국제사회는 새로운 긴장 국면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거리 미사용 사용 승인에 따른 잠재적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재집권과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향후 종전 협상이 전개될 때 우크라이나가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에이태큼스 사용은 러시아의 전쟁 비용을 늘릴 수 있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클 왈츠 하원의원도 “트럼프 당선인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불분명하지만, 미국은 러시아가 (종전에) 협상하도록 강요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교착화로 피로감이 쌓인 탓에 군사적·재정적 지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