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에서 울산까지 소방헬기로 임신부를 이송한 적이 있을 정도로 빈 병상을 찾아 전국을 헤맨다.”
국내 한 공공병원 응급의료센터장의 절절한 하소연이 28일 청와대 앞에 울려 퍼졌다. 코로나19 위중증환자를 전담하는 국립대병원 의료진이 병동을 박차고 나와 “의료체계가 붕괴하고 있다”며 아수라장이 돼가고 있는 현장 실태를 성토했다.
|
방역당국은 위중증환자 병상가동률이 전국 평균 60% 정도 유지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의료진은 현장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정대범 연대체 공동대표는 “공공의료는 전국 의료의 10% 수준이지만, 이 공공병원이 코로나 환자 70%를 보고 있다”며 “하루 코로나 확진 사망자는 300~400명이 넘고, 의료진 감염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정부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환자 부담이 늘어난 국립대병원의 일반 병실 사정도 아비규환이다. 윤태석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분회장은 “코로나 확진자가 매일 수십만 명씩 나오고 있어 병실이 부족해 음압시설이 없는 일반 병실에서 코로나 환자를 돌볼 수밖에 없다”며 “의료진은 일반환자와 코로나환자를 번갈아 보고 있고, 확진된 의료진은 의료공백으로 격리 3~5일 만에 출근하는 상황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방 국립대병원은 병상확보와 감염환자 입원 요청에도 의료공백으로 의료체계가 붕괴하고 있어 실제 병상가동률은 50% 이하로 축소 운영되고 있다. 연대체는 “긴급한 환자들은 치료받을 권리마저 빼앗기고 있고, 병실을 구하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이 병원 저 병원 떠돌다 사망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한지연 강원대학교병원 분회장은 “지방국립대 병원 간호사는 매월 나이트근무를 10일씩하고, 하루 10시간 넘도록 방호복 입고 근무하다 보면 탈진해 쓰러지는 간호사도 여럿”이라며 “언제까지 의료진 희생만 방관할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상순 부산대병원 부지부장은 “코로나 확진자와 의료진 확진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상황에서 지방 거점전담병원의 의료현장은 아수라장”이라며 “투석 임산부, 소아암환자 등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 중인 환자가 확진되면 모두 거점전담병원으로 전원 돼 업무가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립대병원 의료센터장은 “정부가 손쉽게 감염병 전담병원을 작년에 60개소 이상 지정했지만, 실상 일부 어린이 전담병원 등은 준비가 안 돼 환자를 못 받고 있다”며 “권역별, 지자체별로 최종 치료가 가능한 감염병 전담병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대체는 “인력 보호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는 국립대병원의 의료진 붕괴와 의료체계 붕괴를 막을 수 없다”며 △국립대병원 의료인력 증원 △확진된 의료진의 자가격리기간 축소·완화 지침 전면 재검토 △전담병실과 일반병실 구별 없이 감염관리수당 지급 △권역책임의료기관과 70개 중진료권 지역책임의료기관 지정·육성책 추진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