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미중 격돌 시대…尹, 인권·환경 보편가치 원칙 목소리 내야"

김정남 기자I 2022.03.16 15:42:48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인터뷰
한국 새 정부에 바라는 미 정가의 목소리
"미, 한일관계 개선 바라…미국 이용해야"
"인권·환경 등 보편가치 외교 원칙 필수"
"미 설득하려면…야당과 외교 조율해야"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테너플라이 자택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정남 특파원)


[테너플라이(미국 뉴저지주)=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인권, 생명, 환경, 민주…. 한국의 새 정부는 보편가치에 기반한 외교를 국제사회에 천명하고,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합니다. (중국 등과 갈등으로) 경제적인 손해를 좀 보더라도 말이지요.”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테너플라이 자택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차기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이같은 조언을 내놓았다. KAGC는 미국 최대의 한인 유권자 시민단체다. 김 대표는 지난 30년 가까이 미국 의회를 상대로 유권자 운동을 주도해 워싱턴 사정에 밝다. 그만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미국 현지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인사다.

“尹, 보편가치 외교 원칙 필수”

김 대표는 인터뷰 시작부터 최근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았다. 그는 “이번 전쟁으로 냉전 이후 핵에 대한 위협을 가장 구체적으로 갖게 됐다”며 “이에 맞서 세계 시민사회가 보편가치를 고리로 연대하는 흐름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명을 위협하는 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규탄하는 건 보편가치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말하는 생명은 인권을 포함하는 가치다.

김 대표는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 외교 특유의 ‘전략적 모호성’은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지구촌 여기저기서 편이 갈라지고 있다”며 “한국은 분단 국가이기 때문에 어느 편인지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외교가 갖는 모호한 입장을 확실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계속 손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가 강조하는 보편가치는 전략적 모호성 폐기에 따른 후유증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그는 “새 정부가 생명, 환경, 민주 등에 대한 원칙을 명확하게 세우면 중국과 러시아 등을 향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경제적으로 손해가 있더라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실상 핵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의 인권을 거론할 때는 한국이 모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인권 문제를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최근 3년 연속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런 기조는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 우려가 큰 중국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극우와 극좌의 양극단이 아닌 보편가치를 원칙으로 세우면 한국 정부는 움직일 수 있는 여지(room)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일 관계 위해 미 이용해야”

그렇다면 미국 정가가 윤 당선인에게 가장 바라는 건 무엇일까. 김 대표는 한일 관계 개선을 첫손에 꼽았다. 그는 “바이든 정부의 최대 과제는 미국의 가치에 동의한 나라들을 결속해 권위주의(중국·러시아)에 대항하는 것”이라며 “인도태평양 전략상 한일 관계 개선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새 정부에 한미일 3각 동맹의 복원을 가장 바랄 것이라는 뜻이다.

그는 “미국은 (역사 문제 등) 한일 사이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며 “미국이 한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그 틈에서 위안부 문제 같은 (인권과 관련한) 보편가치를 제시하는 식으로 미국을 움직여 일본이 역사 문제를 정리하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7년 미국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처리는 일본이 방해했음에도 미국 정가의 폭넓은 지지를 끌어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은 친미와 반미에서 벗어나 용미(用美) 외교를 할 만큼 역량이 커졌다”며 “윤 당선인이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아울러 윤 당선인이 외교정책을 수립할 때 초당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야당과 협력하지 않으면 야당 의원들이 워싱턴에 넘어와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미국 정가를 설득하려면 한국 내 여야간 정책 조율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KAGC 차원에서 집중 추진하고 있는 입양인 시민권 법안이 최근 하원을 통과한데 대해서는 “기적적인 일”이라며 “법안에 민주당 31명, 공화당 32명이 각각 서명하면서 초당적인 지지를 얻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전쟁통에 미국으로 입양 갔다가 양부모에게 버려져 미국 시민권조차 없이 국제 미아가 된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한국인 입양인은 2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 대표는 이를 이민이 아닌 인권과 생명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상원 통과를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며 “한국의 새 정부 역시 입양인 시민권 문제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