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없이 30만원 바우처 주면 끝?"…벤츠 전기차주들 거리 나섰다

김세연 기자I 2024.09.27 18:12:01

벤츠 코리아 본사 앞 집회
전기차주들 “벤츠코리아 사과의 메시지도 없어”
“대화 안 될 시 형사소송도 고려”

[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한 벤츠 전기차 차주들이 지난 10일 벤츠 전기차주에 30만원 바우처를 지급한 벤츠코리아의 대응에 분노하며 거리로 나섰다.

27일 서울 중구의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본사 앞에서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벤츠 전기차 차주들이 검은색 피켓과 벤츠 영정사진 등을 들고 서 있다(사진=김세연기자)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벤츠 전기차 차주들로 결성된 ‘벤츠 EQ 파라시스 기망판매 비대위(비대위)’는 27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벤츠코리아) 본사 앞에 모여 ‘가격은 일류, 품질은 하류, 사기는 일류, 대책은 하류’, ‘기술력의 독일인 줄 알았더니 말장난의 독일이었다’ 등의 검은색 피켓과 현수막, 벤츠 영정사진을 들고 피켓팅을 진행했다. 이날 피켓팅에는 전강환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27명의 차주들이 참여했다.

비대위는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이후 CATL 배터리가 탑재됐다고 홍보된 벤츠 전기차 EQE 모델 등에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것이 밝혀졌음에도 벤츠코리아 측에서 사과의 메시지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전 비대위원장은 “어떤 연락도 오지도 않고 제가 연락해도 고객센터밖에 연락이 안 된다. 내용증명을 보내도 답변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라시스 배터리는 지난 2021년 중국에서 화재 위험으로 리콜된 전력이 있다.

지난 10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전기차 차주에 바우처를 제공하기 위해 보낸 문자(사진=김세연기자)
이들은 특히 사과 없이 30만원 바우처만 지급하겠다는 벤츠코리아의 결정에 분노해 오늘 피켓팅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 비대위원장은 “사과의 의미도 없고 이용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30만원 바우처를 보냈다. 여기 있는 분들은 거의 수령도 하지 않았다”며 “속아주셔서 감사하다고 30만원 보낸 것 같다. 너무 화가 나서 그 바우처 보내고 나서 이 시위를 계획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주들은 벤츠 차량 판매 과정에서 벤츠 EQE 모델에 세계 1위 배터리 제조사인 CATL 배터리를 탑재했다고 안내한 것을 근거로 벤츠코리아가 소비자를 속였다는 주장이다. 전 비대위원장은 “딜러도 CATL, 기사도 CATL이라고 하고 심지어 벤츠 회장도 CATL이라고 하는데 어디에다가 더 확인을 하겠냐”고 호소했다. 이어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보상안을 제시할 수가 없다. 환불해 달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형사소송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벤츠가 한국 시장에서 판매한 전기차 총 1만7223대 중 약 32.4%(5582대)에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벤츠코리아는 본사와 국토교통부 등과 논의한 결과에 따라 지난달 13일 공식 홈페이지에 전기차 8개 차종의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한 바 있다. 이날 벤츠코리아의 공개 내용에 따르면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모델은 EQE 350+, AMG EQE 53 4MATIC+, 350 4MATIC, EQE 500 4MATIC SUV와 EQS 350 등 총 5개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국내 주요 완성차 제조·수입업체와 함께 점검회의를 열어 벤츠 전기차 EQE에 대한 전수 점검을 벤츠코리아에 권고했고, 벤츠코리아는 점검 권고를 수용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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