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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벤처 출자액은 유동성이 풍부했던 지난 2021년부터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 글로벌 VC들은 3966개 펀드를 통해 3800억달러(약 526조 3000억원)를, 2022년 3262개 펀드로 3450억달러(약 477조 8250억원)를, 2023년 1976개 펀드로 1962억달러(약 271조 7370억원)를 조달했다. 유동성이 가장 풍부했던 2021년과 비교하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벤처투자시장 출자액이 5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진 셈이다.
벤처산업에 대한 글로벌 LP 출자가 감소한 데에는 원활하지 못한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꼽힌다. 실제 미국 벤처투자협회인 NVCA가 글로벌 VC 엑시트 사례를 집계한 결과 2024년 상반기 세계 VC들은 1212건의 딜(중복 포함)을 통해 총 756억달러(약 104조 6908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회수했다. 이는 2884건의 딜(중복 포함)을 통해 2360억달러(약 326조 7892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회수한 지난해 연간 규모에서 3분의 1 토막이 난 수준이다. 또 지난 2016년 이후 최저치이기도 하다.
다만 펀드레이징 상황이 좋지 못하다고 해서 글로벌 VC들이 손을 아예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초대형 VC들은 수십억달러 규모의 신규 펀드를 속속 결성 중이다. 대표적으로 스냅과 딜리버루에 투자해 잭팟을 터뜨린 미국 제네럴카탈리스트는 지난 4월 60억달러(약 8조 3088억원) 규모의 신규 펀드를 결성했다. 안드리센호로위츠는 5개 펀드를 통해 총 72억달러(약 9조 9698억원)를 조달하기도 했다.
한편 중소형사는 세컨더리 펀드를 통해 중간 회수를 노리는 등 엑시트 창구를 마련하는 분위기다. 투자금을 회수할 길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VC들은 이러한 유형의 펀드를 통해 투자 포트폴리오사 지분을 매각하며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특정 기업 지분을 할인가에 매입할 수도 있다.
국내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트랙레코드가 충분치 못한 VC보다 초대형 펀드를 운용하는 VC에게 출자금이 쏠리는 분위기”라며 “LP들이 확실한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펀드 출자 비율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대형과 중소형 VC간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라며 “이에 세컨더리뿐 아니라 벤처대출 등 다양한 전략을 취하는 VC들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