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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6만명 외국인력 도입에…“사업주-외국인력 분쟁 조정 강화해야”

최정훈 기자I 2023.11.22 18:18:48

정부, 내년 E-9 외국인력 16.5만명 도입 유력 검토
제조업 인력난 규모만 4.5만명…“중소기업 숨통 트여”
내국인 대체 우려도…“고졸 취업 활성화 등 지원 병행해야”
“사업주-외국인력 분쟁 급증 가능성도…조정 기능 강화해야”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정부가 내년 도입할 외국인력 규모로 역대 최대인 16만5000명을 유력하게 검토하면서, 외국인력에 대한 제반 정책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내국인 일자리 대체 우려와 급증할 가능성이 높은 외국인력과 사업주의 분쟁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9월 13일 오후 경기 광주시 외국인 근로자 고용 사업장인 젠제노(면직물 제조업)를 방문해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 관련 산업현장의 의견을 수렴, 작업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2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내년 고용허가제를 통한 비전문 외국인력(E-9 비자)의 도입 규모로 16만5000명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로부터 허가받아 비전문 외국인력(E-9 비자)을 고용하는 제도다.

16만5000명의 도입 규모는 2004년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3년 전인 2021년 도입 규모(5만2000명)과 비교하면 3배 이상이다. 또 정부는 음식·숙박업종과 임업, 광업 등에서도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등 E-9 비자 인력 허용업종의 확대도 추진한다.

E-9 비자 인력의 대폭 확대는 중소기업계에겐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중소 제조업 등에서 인력난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미충원인원은 16만5000명에 달한다. 미충원인원은 사업체에서 적극적 구인에도 채용하지 못한 인원으로, 인력난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특히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의 미충원인원이 15만3000명으로 대부분이다. 업종으로는 제조업이 4만5000명으로 가장 많다.

노민선 중소기업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극심한 인력난을 고려했을 때 외국인력의 도입 규모 확대로 정부가 정책 방향을 설정한 건 매우 긍정적”이라며 “외국인력은 내국인을 고용하기 어려운 일자리 사각지대 분야의 숨통을 트여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처럼 급격하게 늘어나는 E-9 비자 인력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 연구위원은 “외국인력 확대는 인력난 해소에는 긍정적이지만,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에는 고민”이라며 “특히 내국인을 뽑을 수 있는 일자리도 외국인력으로 대체될 우려가 있는 만큼, 고졸 취업 활성화 등 내국인 고용에 대한 중소기업의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외국인력의 급증에 사업주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증가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 연구위원은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이나 차별 문제뿐 아니라 사업주가 외국인력의 태업이나 무단결근 등에 대한 대응 문제까지 앞으로 외국인력과 사업주의 분쟁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사업주와 외국인력의 중개기능 활성화와 더불어 분쟁 발생 시 조정을 할 수 있는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외국인력의 급증이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소기업 사업주가 인력 유치를 위해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대신 외국인력을 사용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소기업에서 외국인력에 의존하게 되면,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 등 근로조건의 하향평준화가 지속되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에는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며 “중소기업이 인건비를 통한 비용 경쟁만 추구하도록 하면, 결국 사양 산업을 계속 침전하게 만들어 산업 구조적으로도 부정적”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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