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발전 보령화력 40년, 이제는 친환경에너지본부로 ‘진화’

정두리 기자I 2025.10.01 12:00:00

세계 최장 6500일 무고장 운전…韓 발전산업 위상
새정부 에너지 대전환 시기 맞아 ‘탈석탄’ 과정 놓여
수소에너지 전환·CCUS 개발 확대…해상풍력 속도
203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30% 달성 목표

[보령=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지난 30일 찾은 한국중부발전 보령발전본부. 홍보관 전망대에서 바라본 보령화력 3·4·5·6호기가 대천동 한복판에 줄지어 우뚝 솟아 있다. 높이만 따져도 아파트 약 50층에 해당하는 위엄찬 모습이다.

이 발전소들이 우리나라의 전력 설비 한 축을 책임지고 있다. 보령발전본부의 총 설비 용량은 4419메가와트(MW)로, 국내 전체 전력 설비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충청남도 전체 인구 수와 대전광역시, 세종시 약 400만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다. 발전소에서 최초로 생산되는 전기는 변압기 등에서 고압으로 승합해 장거리 송전선로를 통해 ‘수도꼭지에 물이 흐르듯’ 서울 및 수도권 등 전국으로 보내지고 있다.

중부발전 보령발전본부 홍보관 전망대에서 바라본 보령화력 3·4·5·6호기. 아파트 약 50층 높이에 해당한다. (사진=정두리 기자)
세계 최장 6500일 무고장 운전…역사 뒤안길 ‘준비’

보령발전본부는 단순히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단계별 에너지 정책과 기술 발전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현장이다.

1980년대 초는 한국의 중화학 공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전력 수요가 급증하던 시기였다. 보령발전본부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따라 제4차 전원개발 5개년 계획 및 제5차 전원개발계획에 반영돼 건설됐다.

1980년대 초 건설된 보령화력 1·2호기는 국내 최초의 대용량 유연탄 전소 발전소였다. 값싼 유연탄을 대량으로 활용해 안정적인 기저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산업 시설에 필수적인 저비용 고품질의 전기를 대량 공급했다. 이후 8호기까지 완성되며 한때 국내 전체 발전 설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전력을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발전단지로 자리 잡았다.

특히 보령 3호기는 국내 최초의 표준 석탄화력발전소로서, 한국의 발전 기술이 해외 기술 의존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설계·건설·운영 능력을 확보하는 결정적 토대를 마련했다. 보일러와 터빈 등 핵심 기자재의 국산화율을 끌어올려 관련 국내 산업 육성에도 크게 기여했다. 세계 최장 6500일의 무고장 운전은 한국 발전산업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높인 기념비적인 기록이다.

하지만 에너지 대전환 시기에 맞춰 화려했던 석탄 화력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앞세워 2040년까지 전국의 모든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12월, 보령 1·2호기가 조기 폐쇄된 것은 이러한 탈석탄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2026년 12월 폐지가 예정된 보령 5호기는 보령신복합 1호기로 대체되며, 2028년 9월 폐지 예정인 6호기는 함안복합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3·4·7·8호기 역시 2038년 폐지가 예정돼 봉화 양수발전을 비롯한 무탄소 에너지 생산 체제로 전환된다.

보령발전본부 전경. (사진=중부발전)
◇ “2035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30% 달성할 것”


석탄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보령발전본부는 외부 변화에 대응하며 과거 경제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던 것처럼 미래에 친환경 에너지 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해 담금질에 돌입했다.

국산화 연구개발 정책과제로 국내에서 최초 실증 적용하는 한국형 표준가스복합 발전소인 보령신복합 1호기는 탈질설비, 황연 제거설비, 미세먼지 집진설비 등 최신 환경설비를 적용해 대기오염 물질 발생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또한 수소 혼소 도입을 위한 설계 반영으로 향후 수소에너지로의 전환에도 최적화된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보령발전본부 CO2 포집설비. (사진=중부발전)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기 위해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보령발전본부는 국내 최대 규모의 10MW급 이산화탄소 포집 및 액화 설비를 구축해 90% 이상의 이산화탄소 포집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매일 포집하는 이산화탄소 양만 200톤(t)에 이른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탄산수 제조, 시설 원예 등으로 판매해 탄소 자원화 및 환경 산업 육성에 기여하고 있다.

환경보호를 위해 옥내 저탄장 전환도 추진하고 있다. 옥내 저탄장이란 석탄을 실외 야적장이 아닌 밀폐된 건축물 내부에 저장하는 시설이다. 기존 야외 저탄장의 주요 문제점인 석탄 가루의 날림으로 인한 대기 오염을 방지하고, 우천 시 오염된 물이 외부 환경으로 유출될 위험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해상풍력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부발전은 제주 한림 해상풍력을 통해 국내 기술력과 운영 경험을 확보했고, 이를 발판으로 신안우이·보령 녹도 등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또 육상풍력 리파워링(설비 대체)을 통한 설비용량도 지속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운영·개발·검토 중인 총 규모는 4.28기가와트(GW)에 달한다.

이영조 중부발전 사장은 “보령발전본부는 1호기 착공 이후 40년 넘는 세월 동안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한 축을 담당했으나, 이제는 에너지 대전환 시기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춰 진화하려고 한다”면서 “2035년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30%를 달성해 친환경에너지 본부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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