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보다 비싸진 가계대출 이자

김국배 기자I 2025.01.21 18:19:14

당국 가계대출 축소 압박에 금리 더 올려
작년 7월 기업대출금리 0.7%p 높았지만
급격히 오르며 지난해 11월부터 뒤집혀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지난해 말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가 기업대출 금리보다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축소 압박을 받은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대응한 결과로 해석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작년 11월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 평균은 연 4.79%, 기업대출 금리는 연 4.76%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금리가 0.03%포인트 높은 것이다. 연 3%인 기준 금리와 1.7%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

가계대출 금리가 기업대출보다 높아진 건 2022년 12월(0.08%포인트 차이)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가계대출 금리는 2023년 말 4.82%에서 작년 7월 4.06%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9월 4.23%, 10월 4.55%, 11월 4.79%로 급격하게 올랐다. 석 달 만에 0.7%포인트 넘게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금리는 4.78%에서 4.76%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7월에는 기업대출 금리가 가계대출보다 0.7%포인트 이상 높았다.

이처럼 가계대출 금리가 기업대출을 역전한 건 작년 7월부터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은행들이 대출 관리 명목으로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내리는 등 가계대출 금리를 더 올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작년 하반기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20번 넘게 금리를 올리다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 후 유주택자 대출 제한 같은 조치로 대출 정책을 바꾼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이 원장의 오락가락 대출 규제 발언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늘리기 위해 기업대출 금리를 덜 올린 것도 영향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옥죄면서 은행들이 기업대출 영업 강화에 나섰다는 뜻이다.

새해 들어선 신한·SC제일·기업은행 등 일부 은행들은 이미 가산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해가 바뀌면서 연간 대출 총량 한도를 새로 생기는 데다 금융당국에서도 대출 금리를 들여다보겠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바뀌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오히려 예대금리차가 벌어지자 금감원은 대출 금리 전달 경로, 가산 금리 추이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가산금리 평균도 작년 1월 3.204%에서 11월 3.332%까지 계속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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