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사업 확대’ 두고 수출입銀-무역보험공사 갈등 ‘점입가경’
‘폴란드 지원’ 수은 측 명분에 무보 노조 “지금도 가능” 반박
“무보 수익 줄이면 中企·신시장 지원 약화…업무중복 피해야”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두 정책금융기관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수은이 폴란드 방위산업 수출 지원을 명분으로 대외채무보증 사업 확대를 추진하자, 무보 노조는 현재도 자원 가능하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노조는 수은의 업무영역 확대가 자칫 중소 수출기업의 안전망을 약화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 한국무역보험공사 서울 중구 본사. (사진=무역보험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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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 노조는 13일 “수은의 (폴란드 방산 프로젝트 등에 대한) 지원은 현재도 무보의 요청으로 충분히 진행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근 기획재정부 등이 폴란드 방산 수출 사업을 위해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수은과 무보는 각각 대출과 보험을 중심으로 수출기업을 지원해왔다. 수은은 2008년 법 개정을 통해 보험 성격의 대외채무보증 지원을 시작했지만, 무보의 동일한 지원상품인 중장기 수출보험 한도의 35% 이내에서, 또 대출 기업에 한해 대출액만큼만 지원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기재부는 수은이 대출과 연계하지 않더라도 대외채무보증을 할 수 있고, 그 한도도 무보의 50% 이내까지 늘리는 내용의 수은법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했다.
수은은 그간 한도를 상향하지 않으면 폴란드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대외채무보증(중장기수출보험)은 상대국 정부나 기업이 한국 기업의 제품·서비스를 사기 위한 자금을 쉽게 마련할 수 있도록 현지 정부·기업에 보증을 서주는 것인데, 폴란드 정부가 한국 기업 방산 제품을 사는 조건으로 대규모 보증 지원을 요구해 한도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한국수출입은행 서울 여의도 본사 전경. (사진=수출입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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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보 측은 이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무보 노조 관계자는 “방산, 원전에 대한 금융지원은 상업은행의 대출 기피 경향으로 수은의 고유 업무인 대출 확대도 절실한 상황”이라며 “수은은 대출을, 무보는 보증(보험)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무보 노조는 수익사업 축소가 무보의 중소기업 수출보험 지원 약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무보는 지난 10년(2013~2022년) 중장기 수출보험에서 연평균 3351억원의 수익을 내 연평균 2459억원에 달하는 중소기업 수출보험 지원 손실을 메웠다. 수익사업이 줄어들면 손익을 맞추기 위해 그만큼 손실률이 높은 중소기업 지원을 줄이거나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은도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무보의 절반이 못 된다.
무보 노조 관계자는 “수은법 시행령 개정안이 원안대로 시행되면 무보의 수익기반이 훼손돼 중소기업 지원이나 신시장 개척 등 고위험 분야 지원 재원이 고갈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최근 10년 연도별 중장기수출보험 사업과 중소기업 지원사업 손익 추이. (표=무보 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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