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운데에는 트롯계의 ‘히트곡 메이커’로 불리는 김동찬 작곡가가 있었다. 가수 현철의 ‘봉선화 연정’부터 송대관의 ‘네박자’, 남진의 ‘둥지’까지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명곡들은 대부분 그의 손에서 탄생됐다. 그 동안 써왔던 곡만 600여개다. 김 작곡가의 트롯 인생을 한권으로 엮은 책이 출간됐다.
1968년부터 트롯을 작사·작곡해온 그는 가히 트로트의 역사이자 산 증인이라고 할 수가 있다. 50년이 넘는 세월을 그는 오로지 트롯과 동고동락하며 전 국민과 함께 울고 웃었다. 이번 책 이야기는 시대와 상관없이 우리에게 친숙하고 잘 알려진 히트곡들의 가사들과 그가 털어놓는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들로 빼곡이 채워져 있다. ‘뽕짝’이 될뻔만 송대관의 히트곡 ‘네박자’와 학창시절 첫사랑을 떠올리며 쓴 노래 ‘봉선화 연정’, 국민 MC 송해씨가 그에게 ‘기똥찬 사나이’라는 별명을 지어주기까지 다양한 사연들이 있다.
누구보다 뜨거운 트롯에 대한 애정도 느낄 수 있다. 그는 책에서 “나는 트롯을 사랑하고, 좋아하고 즐긴다. 그리고 행복하다”고 확신에 차서 말한다. “작업실에서나 녹음실에서의 시간은 내겐 축복이며, 근심걱정이 사라지고 엔도르핀이 솟는다”는 그의 모습에서 뼛속까지 가득한 그의 트롯에 대한 마음을 한껏 엿볼 수 있다.
시대는 흐르고 세월은 변하고 역사는 채워가는 것이지만, 한국인의 감성과 사상, 희노애락은 늘 트롯과 함께해왔다는 사실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그의 ‘트롯 이야기’는 그런 변함없는 한국인의 애환을 노래하며 숨은 사연들로 애상과 향수에 젖어들게 만든다. 중간 중간 풀어쓴 가수들의 가사를 곱씹으면 애잔한 한국인의 정서 또한 느낄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