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품·예술품, 공개 경매 대신 개인간 직접 거래 급증

방성훈 기자I 2025.02.07 15:30:09

경기침체로 공개 경매 위축…프라이빗 세일로 몰려
경매업계, 위기 타개하려 중동 부호 유치 총력
소더비 8일 사우디서 첫 경매…가상자산 결제도 가능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국제 경매업계에서 공개 경매보다 개인 간 직접 거래, 이른바 프라이빗 세일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지정학적 불안 등으로 주요 경매업체들의 실적이 둔화했지만, 프라이빗 세일이 이를 상쇄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사진=AFP)


6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 등에 따르면 소더비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60억달러로 전년 78억달러보다 23% 줄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중동 위기가 고조된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예술품·사치품 시장이 위축된 탓이다. 공개 경매를 통한 매출액이 46억달러, 프라이빗 세일을 통한 매출액이 14억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전체 매출액은 감소했지만 프라이빗 세일 매출액은 전년보다 17% 증가했다. 공개 경매 매출이 28%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프라이빗 세일 매출액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3%로, 2018년 15% 대비 크게 확대했다.

경쟁사인 크리스티의 상황도 비슷하다. 총 매출액은 57억달러로 전년 61억달러보다 6% 줄었다. 공개 경매 매출액은 42억달러로 16% 감소한 반면, 프라이빗 세일 매출액은 41% 급증한 15억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로 202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프라이빗 세일은 크게 하이엔드 리테일(high-end retail)과 하이엔드 아트(high-end art)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하이엔드 리테일은 즉시 무언가를 사고 싶어하는 충동적인 쇼핑객을 대상으로 하며, 주로 명품을 취급한다.

현재 하이엔드 리테일 거래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홍콩이다. 크리스티의 더 헨더슨 빌딩에는 프라이빗 세일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에르메스 버킨백, 희귀 다이아몬드가 박힌 샤넬의 카멜리아 시계 등과 같은 물품이 전시돼 있다. 소더비 역시 홍콩 도심 쇼핑몰에 ‘소더비 메종’을 두고 있다. 매달 130만명 이상이 이 곳을 방문하며, 고급 스니커즈나 털복숭이 매머드 두개골 등이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하지만 수익성은 하이엔드 아트가 더 높다. 시작가부터 월등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미술품을 포함한 예술품 판매자들은 최근 공개 경매보다 프라이빗 세일을 선호하는 추세다. 경기침체 등으로 수요가 줄어 입찰가가 판매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낮게 책정되거나 입찰이 아예 없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서다.

소더비의 글로벌 프라이빗 세일 부문 책임자인 데이비드 슈레이더는 이코노미스트에 “공개 경매에서는 입찰가가 판매자의 최소 요구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작품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지만, 사적 거래에서는 입찰가가 낮든 입찰자가 없든 가격과 보안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며 “거래도 빨리 진행된다. 2개월도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의 에이드리언 마이어 프라이빗 세일 헤드도 “사적 거래는 공개 경매와 달리 판매자가 수수료에 대해 협상하려고 하지만, 실시간 이벤트 성격이기 때문에 계획, 홍보, 전시 또는 카탈로그가 필요하지 않아 비용은 더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매업계는 최근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중동 부호들을 신규 고객으로 끌어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소더비의 경우 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글로벌 경매인 ‘오리진스’를 개최해 수요를 자극하겠다는 방침이다. 벨기에 초현실주의자인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포함해 162개 물품이 판매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경매는 사상 처음으로 가상자산으로 대금을 지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소더비는 지난해 8월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ADQ로부터 10억달러를 투자받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프라이빗 세일은 고객 기반에 의존하기 때문에 젊은 부호 또는 수집가를 유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사우디에서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짚었다.

이어 “프라이빗 세일의 증가 추세는 경매 업계에선 큰 변화지만 공개 경매보다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신규 수집가가 공개 경매 시장에서 멀어지게 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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