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대표이사(CEO)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MS와의 전방위 제휴를 통해 국내 민간 시장은 물론 공공·금융·교육 시장의 AI 전환과 혁신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KT는 MS와 함께 오는 2029년까지 2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처음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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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에 참석한 정우진 KT 컨설팅그룹장(전무)은 “투자 규모는 양사 합쳐 2조4000억원 정도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인프라 부문이 50%, 나머지 50%는 연구개발(R&D), 마케팅, 한국형 모델 개발 등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KT는 한국형 AI와 보안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솔루션을 제공하고, 컨설팅을 맡을 ‘AX 전문회사’를 내년 출범시킬 계획이다. AX 전문회사는 MS도 투자 및 인력지원에 나설 계획이지만 KT가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할 예정이다. 정 그룹장은 “MS 코파일럿의 1일 접속자 수가 이미 4억 명을 넘어섰다”며 “세계 1위 파트너인 MS와 함께 대한민국의 AI 혁신을 빠르게 추진하겠다. 앞으로 5년간 AI 전환(AX) 분야에서 4조5000억원의 누적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자신했다.
KT와 MS는 앞으로 국내 공공·금융·교육 시장을 겨냥해 MS 애저에 기반한 ‘보안 퍼블릭 클라우드(Secure Public Cloud)’를 내년 1분기에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행정안전부 및 국가정보원의 물리적 망분리 완화 추세에 맞춰 다중계층보안(MLS) 기반의 공공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조치다.
보안과 관련해 오승필 기술혁신부문장(CTO)은 “공공과 금융, 학교에서 퍼블릭 클라우드를 사용하기 어려웠지만 GPU를 포함해 보안 퍼블릭 클라우드를 제공할 것”이라며 “고객에게 하드웨어 키를 제공해 MS가 고객 데이터를 볼 수 없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KT는 한국형 AI 개발을 위해 MS가 투자한 오픈AI의 ‘GPT-4o’ 한국형 모델과 MS의 소형 언어 모델 ‘파이(Phi)’의 기업용 개발도 진행할 예정이다. 오 CTO는 “초거대 AI 시장에서 오픈AI와 MS가 70%를 차지하고 있다”며 “MS 모델에 한국의 교과서, 백과사전, 신문 등을 학습시켜 한국형으로 만든 뒤, 보안이 강화된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AI도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AI 산업 생태계 위협 여론도
김영섭 CEO는 이날 KT와 MS의 파트너십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옛날에는 경쟁 요소가 가성비(가격대비 성능)였지만 지금은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며 “소버린 AI와 관련해 네이버 등 다른 기업들이 최고라고 하는데 고객으로부터 서비스와 제품으로 인정받는 것이 결정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세계 생성형 AI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오픈AI와 대주주인 MS와의 제휴를 통해 대한민국 기업과 공공기관에 AI 혁신 기술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라는 의미다.
이종수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은 국내 기업이 미래 기술 흐름에 발맞추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AI의 주권과 안보 측면에서 소버린 AI의 필요성이 두드러지지만, 현재 소버린 AI의 개념이 명확히 정의되지 않아 혼란이 있다. 소버린 AI의 정의와 범위를 명확히 하려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KT의 이같은 전략에 대해 IT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AI 스타트업 CEO는 “AI 산업이 아직 초기 단계인 상황에서, 공익적인 통신망을 운영하는 최대 통신업체 KT가 민간 시장에서 MS와 협력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해도 공공, 금융, 교육 시장에 MS 애저 기반의 AI를 접목하려는 것은 국내 기업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따라서 KT-MS의 전방위 제휴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하려면 국내 AI 스타트업들과의 협력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