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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어린 코끼리가 여린 가지에 올라 있다. 그렇다고 마냥 위태로워 보이진 않는다. 제법 탄탄한 가지를 발밑에 두고 있으니. 그저 더 넓고 더 높은 곳으로 향하겠구나 싶을 뿐이다.
작가 김근배(54)는 대리석이나 현무암, 청동 등 강한 성질을 다스려 서정성이 물씬 풍기는 조각품으로 만든다. 그저 부드럽게 보이도록 원재료를 변형시키는 것만도 아니다. 순하고 따뜻한 형체를 뽑아내고 날렵한 색을 입히는 작업 모두다. 한 가지가 더 있다. 딱딱한 무형의 재료에 제법 낭만적인 스토리를 입혀내는 일까지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바탕이 됐단다. “드넓은 평야와 정미소가 호기심의 장소”였다는데, 멀리 떠나거나 뚝딱 뽑아내는 일의 자유로움을 일찌감치 체득했다고 할까.
그 한 갈래로, 여행의 단순치 않은 과정을 의미하는 ‘여정’은 작가의 오랜 화두가 됐다. 코끼리·고래 같은 동물, 또 사람의 형상으로, 아니면 기차나 배 등 탈것을 등장시켜 떠나고 싶은 꿈을 대신 입히는 거다. 코끼리 발밑을 내려다보게 한 ‘여정’(2023)까지 말이다.
그나저나 저 코끼리는 언제쯤 둥근 길을 다 도는 긴 여정을 마무리할 건가. 아닌가. 이미 돌아온 건가.
7월 1일까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로146번길 헤드비갤러리서 김순철과 여는 2인전 ‘여전히, 파도 그리고 다시’(Still, Wave and Again)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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