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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지난달 7일 오전 2시 15분께 가양역에서 가양대교 방면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인근 폐쇄회로(CC)TV에 찍힌 것을 끝으로 행방을 알 수 없게 됐다. 이씨는 이날 오전 1시 30분께 강서구 공항시장역 인근에서 지인들과 헤어졌고, 휴대전화는 오전 2시 30분께 여자친구와의 통화를 끝으로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 경찰은 이씨가 범죄에 연루되거나 극단적 선택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단순 가출로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통상 18세 이상 성인이 사라졌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은 범죄 연루 가능성 등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실종’과 ‘가출’로 나눈다. ‘실종’의 경우 위치 추적, 카드 사용 내역을 조회해 적극적으로 수사·수색할 수 있지만, 가출일 경우 영장이 발부되지 않는 한 적극적인 수사를 할 수 없다.
현행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위치 추적 등 경찰이 적극적인 실종 수사를 벌일 수 있는 대상은 만 18살 미만 아동, 지적장애인, 치매 환자뿐이다. 만 18세 이상 성인은 실종 신고가 들어와도 강제로 소재를 파악하는 등 수사에 나설 법적 근거가 없다. 반면 국내 성인 가출 신고는 미성년 아동에 비해 약 3배 많았으며 미발견자는 18세 미만보다 약 12배 많았다.
실종 성인을 적극적으로 추적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이를 검토했지만, 실종 성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자유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원한·채무 관계 등의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어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논의를 끝으로 6개월간 진척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씨의 유족 측은 지난 25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이 휴대전화 위치 추적과 신용카드 사용 내역 조회 등의 초동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건이 늦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씨가 주식을 한 것도 아니고 도박을 한 것도 아닌데 왜 단순 가출인으로 보느냐”며 “유서도 하나 없었고 우울증도 없었다. 20대 남성이라는 이유로 수사를 안 해줬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