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공립합창단 지휘자 채용, 민간 경력 배제는 차별"

염정인 기자I 2026.01.06 12:00:00

응시자격 ''국공립 3년 이상''…민간 경력자 배제
15년 베테랑 지휘자, 2년 경력만 인정…인권위 진정
지자체장 "지방행정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
인권위 "국공립 경력, 적응의 필수조건 아냐"

[이데일리 염정인 기자] 지방자치단체가 시립 합창단의 지휘자를 채용하면서 민간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인권위 제공)
인권위는 지난달 11일 A시장에게 시립 합창단의 지휘자를 모집하면서 응시 자격을 ‘국공립 예술단 3년 이상 경력자’로 제한한 것은 불합리하다며 이를 시정하도록 권고했다고 6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B씨는 직무와 동일한 분야의 경력을 지녀도 민간 경력이라는 이유로 배제하는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진정을 제기했다. B씨는 민간 합창단에서 13년, 시립 합창단에서 2년 총 15년의 지휘 경력을 갖춘 사람이었다.

특히 B씨는 해당 시립 합창단보다 규모가 더 큰 민간 합창단을 이끈 경험도 있었다. B씨는 단원이 43명으로 시립 합창단과 규모가 비슷한 곳부터 단원이 80~150명이 달하는 곳까지 두루 경험해 본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A시장은 “시립 예술단의 지휘자가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사정이 있다”며 “예산 운용 등 지방행정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공공기관의 특성에 부합하는 인재를 선발하고자 한 것”이라 설명했다. 또한 경력 기준을 ‘3년 이상’으로 정한 것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국공립 예술단 지휘자는 2년 임기로 채용돼 1~2회 재위촉이 가능하다”며 “3년 이상 경력자는 최소 1회 이상 재위촉을 받은 검증된 인력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라 밝혔다.

하지만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A시장은 B씨의 실제 직무 내용이나 수행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형식적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응시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어 “A시장은 고용주로서 평등권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향후 시립 합창단 지휘자 채용 시 직무와 동일 또는 유사한 민간 경력자가 응시 단계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날 인권위 관계자는 “국공립기관 종사 경력자가 공공 조직에 더 잘 적응하고 행정관리나 지방행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국공립기관 경력자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역량과 업무 경험은 다양하므로 이들이 민간 경력자보다 반드시 더 유능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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